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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민병선]중국, 중국, 또 중국

입력 | 2015-08-28 03:00:00


민병선 문화부 기자

상하이 증시 대폭락, 메르스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의 급감,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70주년 열병식 참석,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요즘 국내 각 분야를 뒤흔든 중국 관련 뉴스의 헤드라인이다. 피부에 와 닿는 중국의 무게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륙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지금 중국과 우리 관계가 대전환기의 한복판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만난 한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중국과 관련해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그에 따르면 우리 제조업은 앞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이미 첨단 기술에서 우리를 앞질렀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달에 사람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스마트폰을 선보인 지 3년밖에 안 되는 샤오미는 자국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원조 격인 애플의 기술력에 근접하는 데 수년이 걸린 데 비해 샤오미는 몇 달 만에 갤럭시를 따라잡거나 위협하고 있다. 노동집약적이고 거대 시설이 필수인 조선업은 더이상 중국을 당해낼 수 없다는 지적도 했다.

서구가 산업혁명으로 생산력을 끌어올리기 전까지 중국은 세계 최고 선진국이었다. 종이, 인쇄술, 화약, 나침반 같은 세계 문명을 바꿔 놓은 중국 고대의 4대 발명품을 언급하는 게 새삼스럽다. 문명사의 긴 안목에서 보면 ‘겨우’ 몇백 년간 서구에 뒤져 있던 중국이 이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문화, 교육, 의료 같은 서비스산업에 매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문명은 반도에 접어들며 세련되게 발전하는데, 우리도 역사적으로 그래 왔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세련된 문화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역량을 모아야 미래의 먹을거리를 찾을 수 있다고 봤다.

최근 ‘한중일의 미의식’이란 책을 낸 지상현 한성대 교수도 같은 말을 했다. 지 교수는 책에서 세 나라의 예술품을 분석해 각 민족의 기질과 문화적 기저의 차이를 설명했다. 다민족 국가인 중국은 관계를 중시하고, 일본은 탐미적 속성이 강하다고 했다. 우리는 유연한 사고가 장점이라고 했다. 유연성은 창의력을 높이는 데, 즉 문화와 예술을 하기에 필요한 기질이다. 지 교수는 “우리 민족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구 문물을 주입하는 현재의 모더니즘 교육에서 창의력을 높이는 포스트모더니즘 교육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로 문화산업에서도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 대표는 “중국은 아직 지적재산권이나 제도 정비가 안 돼 공동사업을 하며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앞으로 우리의 문화적 창조성이 활약할 큰 무대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정부가 문화융성의 성과를 내는 데도 결국은 중국이 관건이 될 것이다. 우리를 알고, 중국을 알아야 할 때다.

민병선 문화부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