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8·25합의 이후] 남북합의 사흘만에 공개 언급… 군사위 일부 위원 해임조치도
“고위급 접촉에서 공동보도문이 발표된 것은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고 파국에 처한 북남(남북) 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20일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던 바로 그 회의다. 김정은은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꾸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8·25 합의 3일 만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북 회담 이후 합의 사항을 이행하자는 뜻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당분간 남북 관계는 대화 모드로 순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당 중앙군사위 일부 위원들을 해임 및 임명했으며 조직(인사) 문제가 취급됐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인사 명단이나 조직 개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 김정은 대화의지 밝혔지만… ‘핵안보’ 동시 강조 ▼
‘남북합의 이행’ 공식화
金 “禍를 福으로… 결실 가꿔야”
對中관계 냉각에 돌파구 모색… 도발→대화→판깨기 반복할 수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스스로 이런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평가를 한다”며 “북한이 앞으로 스스로 합의한 내용을 잘 지켜 나갈 수 있도록 기대하고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준전시상태 선포 이후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남북 관계 개선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북-중 관계 냉각으로 고립 위기를 느낀 북한은 중국이 원하는 남북 관계 개선, 비핵화 조치, 장거리로켓 발사 중단 중 하나는 일단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 국면에서 한국, 미국과 협력했고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라고 압박했다.
북한의 향후 태도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발로 긴장 조성을 극대화한 뒤 대화로 나오는 패턴이 달라진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아직까지는 8·25 합의 이전에 남북 대화 조건으로 내걸었던 비방중상·전쟁연습(한미 군사훈련)·체제통일 중단 요구를 공개적으로 꺼내지는 않고 있다.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대북 제재인 5·24 조치 해제도 거론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대화가 시작돼 상봉 행사가 이뤄지는 단계에선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북한 인권, 북핵 문제 거론 단계에선 김정은이 주도한 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를 남측이 망쳤다고 트집을 잡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정은은 합의 이행과 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교전 직전에서 되찾은 평온은 결코 회담 탁(테이블) 위에서 얻은 것이 아니라 자위적 핵 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강한 군력과 일심단결 무적의 천만대오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 문제의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게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방위를 위한 군사력 강화에 최우선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