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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사회주의 국가에 심은 ‘자본주의 꽃’… 갈길 먼 中증시

입력 | 2015-08-29 03:00:00

기업 마음대로 거래정지… 외국인 투자자 낭패 일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시장이 열린 건 1990년 말이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동안 주식시장도 약 5조 달러(약 5900조 원)로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개입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금융 공산주의’의 표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 주식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비자본주의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선진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중국은 상장주식을 내국인 전용인 A주와 외국인이 거래하는 B주로 나눠 외국인의 거래를 제한했다. 외국 금융회사가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려면 적격해외기관투자가(QFII) 등의 자격을 받아야 했다. 외국인은 이 기관들이 만든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이 돼서야 상하이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 제도를 도입하며 내국인과 외국인의 칸막이를 없앴다. 외국인도 중국 본토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이 후강퉁을 통해 당일 매수한 주식을 당일 파는 ‘데이 트레이딩’을 할 수는 없다. 주식을 사들인 날 돌발 악재가 터져도 다음 날이 돼야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는 주가가 갑자기 급등락할 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증시는 개별 종목에 대해서만 전날 종가 대비 ±10%의 가격제한폭을 둘 뿐 시장 전체의 변동성에 대해서는 안전장치가 없다.

무엇보다 중국은 상장기업이 스스로 주식 매매를 정지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법규상 구조조정, 인수합병(M&A), 스톡옵션제도 도입 등을 이유로 자발적인 거래정지를 할 수 있다. 문제는 ‘기타 경영상의 이유’로도 거래정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기업들이 ‘중대사항’이 발생했다고 공시하며 대거 거래정지에 나서고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최근 폭락장에서 주가 하락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 증시가 8.5% 폭락한 24일에도 상장기업 200여 곳이 거래정지를 요청했다. 최근 중국 상장기업의 절반가량인 1400여 곳이 거래를 중단하기도했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중국 기업이 이런 식으로 거래정지에 들어가면 국내 투자자들은 돈이 필요할 때 주식을 제때 팔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중국 증시는 여전히 개방이 덜돼 있고 기관, 외국인보다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변동성이 큰 시장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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