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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산다는 건 버티는거지… 늙은 양몰이 개 잭처럼

입력 | 2015-08-29 03:00:00

◇나는 버텨낼 거야/발레리 홉스 지음·모난돌 옮김/168쪽·1만2000원·내인생의책




같은 작가의 ‘양 헤는 밤’에서 주인공 잭은 참 고단하고 외로운 삶을 살았더랍니다. 잭은 ‘보더콜리’종의 특성에 맞게 양몰이 개로 살 수 있게 되기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상처받았습니다. 마침내 올라프 아저씨네 집에서 훌륭한 양몰이 개가 됩니다.

이 책은 시간이 훌쩍 흐른 뒤의 잭 이야기입니다. 열 살이 된 잭, 사람의 나이로는 노년이니 몸은 마음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쉬어라’는 주인의 말은 자신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젊은 양몰이 개들 중 재키는 출중한 능력을 가졌지만, 잭의 눈엔 아직 멀었습니다. 양의 수를 세는 방법도 가르쳐야 하고, 호기심을 제어하는 힘도 길러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늑대의 이야기가 나란히 진행됩니다. (이 책의 원제는 ‘wolf’입니다.) 어른이 돼 무리를 떠나야 했던 수컷 늑대입니다. 양치기 목장 뒤 숲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무리를 떠날 땐 자신과 같은 종족을 더 많이 만날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늑대의 삶은 잭의 젊은 날처럼 고단하고 외롭습니다. 매일매일 먹이를 잡고, 열심히 살았지만 그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광견병입니다.

이야기 마지막에 잭과 늑대가 싸웁니다. 누가 이겼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잭도 늑대도 자신 앞에 다가온 삶을 온전히 치열하게 살아가는 중입니다.

문학은 인간을 생각하게 합니다. 세상에 대한 생각을 시작하는 나이인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교 1, 2학년 아이들에게 권합니다. ‘살아간다는 건 사랑과 의무’라는 잭의 말을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