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을 견인하는 것이 노인 자살이다. 자살은 청소년 사망 원인 가운데 1위이지만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OECD 1위는 아니다. 대신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81.9명(2012년)으로 세계 최고다. 노인의 자살에는 가난 질병 고독의 3중고(三重苦)가 있다. 지금의 노인들은 대가족 제도에서 성장해 핵가족 시대에 인생의 황혼을 맞은 사람들이다. 가족을 위해 살았으나 정작 노후 대비를 못해 빈곤하고 가족 해체로 자식들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세대다. 지난해 7월 노인 기초연금이 시행된 만큼 복지제도가 노인 자살률을 떨어뜨릴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자살률 2위인 헝가리는 높은 실업률, 커지는 빈부격차에서 우리와 닮았다.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체제 전환기의 사회적 혼란에 적응 못한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살 순위에서 일본이 3위, 슬로베니아가 4위다. 동아시아와 체제 전환 국가에서 국민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반면 복지가 잘 갖춰진 북유럽보다 그리스와 터키의 자살률이 극히 낮다는 점은 자살이 국민성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