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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OECD 자살률 1위의 불명예

입력 | 2015-08-31 03:00:0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건강통계 2015’에서 201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29.1명으로 회원국 평균 12.0명의 두 배를 넘었다. 자료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한국은 2012년도 통계가 반영됐지만 그래도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연속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래 자살 순위에서 헝가리와 1, 2위를 다투었는데 이번엔 헝가리(19.4명)도 제쳤다.

▷자살률을 견인하는 것이 노인 자살이다. 자살은 청소년 사망 원인 가운데 1위이지만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OECD 1위는 아니다. 대신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81.9명(2012년)으로 세계 최고다. 노인의 자살에는 가난 질병 고독의 3중고(三重苦)가 있다. 지금의 노인들은 대가족 제도에서 성장해 핵가족 시대에 인생의 황혼을 맞은 사람들이다. 가족을 위해 살았으나 정작 노후 대비를 못해 빈곤하고 가족 해체로 자식들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세대다. 지난해 7월 노인 기초연금이 시행된 만큼 복지제도가 노인 자살률을 떨어뜨릴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자살률 2위인 헝가리는 높은 실업률, 커지는 빈부격차에서 우리와 닮았다.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체제 전환기의 사회적 혼란에 적응 못한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살 순위에서 일본이 3위, 슬로베니아가 4위다. 동아시아와 체제 전환 국가에서 국민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반면 복지가 잘 갖춰진 북유럽보다 그리스와 터키의 자살률이 극히 낮다는 점은 자살이 국민성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높은 자살률은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럽다는 증거고, 낮은 출산율은 미래의 삶이 불안하다는 표시이다. 우리 조상들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던 낙천주의의 삶을 살았다. 경제는 발전했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한국 사회가 어느 면에서 건강하지 못하게 바뀌었다는 얘기다.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낙오자를 품어주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