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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아직 못 끊으셨나요]실내 흡연실 있는 한 간접흡연 피해 못줄인다

입력 | 2015-08-31 03:00:00


흡연실 안에 남아있는 오염된 공기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밖으로 새어 나와 비흡연자들을 괴롭히고, 이곳을 이용하는 흡연자와 청소하는 인력들의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동아일보DB

회사원 이모 씨(35)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발길을 자제하는 자신만의 ‘사내 방문 금지 장소 리스트’가 있다. 3층에 있는 휴식 라운지와 주차장 쪽 야외 공간이 바로 그곳이다. 휴식 라운지 근처에는 흡연실이 있고, 주차장 쪽 야외 공간은 사내 흡연자들이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찾는 공간이다.

기관지가 약해 환절기 감기에 걸려도 고생을 심하게 하는 이 씨는 대학시절 만난 남편에게 “나랑 사귀려면 담배부터 끊어라”는 조건을 걸었을 정도로 담배 연기를 싫어한다.

이 씨는 “흡연실 근처에서 담배 냄새가 많이 나는 건 물론이고, 흡연실 안에서 담배를 피운 뒤 바깥에 있는 쓰레기통에 꽁초를 버리는 사람들도 많다”며 “실내 흡연실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좋지만 간접흡연 피해가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모든 음식점과 PC방에 대한 금연구역 지정 조치로 ‘금연구역 확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연구역 확대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1995년 관련 법이 처음 마련돼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전면적인 실내 금연조치 등과 같은 ‘강한 규제’는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여전히 직장 내 간접흡연 노출은 줄어들고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들의 직장 내 간접흡연 노출률은 △2011년 45.2% △2012년 46% △2013년 47.3%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실내 흡연실 설치를 완전히 금지하지 않는 이상 새나오는 연기, 버려지는 꽁초 등으로 인한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며 “흡연실 내 공기의 질을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흡연자와 이 공간을 청소하는 인력들의 건강이 더욱 나빠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흡연실 내부의 공기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기준이 없는 상태다. 실내 오염과 환기 문제 등을 연구하는 학회나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는 흡연실의 공기 질을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 연구팀이 최근 2년간 조사한 국내 공공시설의 대형 흡연실 중에는 내부 초미세 먼지 농도가 대기오염 기준의 30배를 넘어서는 곳도 있었다.

보건당국은 현재 금연구역 확대 조치의 중·장기적 목표에는 실내 흡연실을 완전히 없애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실내 흡연 완전 금지는 한국이 가입해 있는 WHO와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의 기본 방침”이라며 “금연구역 확대에 대한 국민 인식이나 만족도도 높은 만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진행한 ‘국가 금연정책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금연구역 확대’(88.9%)는 ‘담뱃값 인상’(93.5%) 다음으로 높은 인지율을 기록했다. 흡연 줄이기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금연정책에서는 14.2%를 기록해 ‘담뱃값 인상’(20.7%)과 ‘금연 교육·홍보 강화’(19.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