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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제의 하루만에 北 화답… 10월 초-중순께 상봉 급물살

입력 | 2015-08-31 03:00:00

[이산상봉 실무접촉 합의]




이산상봉 차질 없게… 휴일 잊은 적십자 직원들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적십자사 본사 자료실에서 이산가족 상봉 신청서 원본 등을 정리하고 있다. 남북이 다음 달 7일 판문점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열기로 합의하면서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북한이 29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 제안을 전격 수용한 것은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과거 북측의 태도와 달랐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의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북한의 통지문은 우리가 제안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다음 달) 7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열자는 제의에 동의한다’며 다른 조건을 달지도 않았다.

또 29일은 판문점 직통전화 연락관이 근무하지 않는 토요일이다. 정부는 북한이 연락관이 근무를 다시 시작하는 31일에나 답이 있을 것으로 봤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은 셈이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이후 우리의 적십자 실무접촉 제의에 즉각 반응한 적이 드물었다. 제의한 접촉 날짜가 임박할 때까지 모른 척하거나 답을 주더라도 날짜를 바꿔 역제의했다. 결국 8·25 합의 이행을 공식화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결심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 상봉행사 이어 전면 생사확인 추진

박근혜 정부에서 적십자 실무접촉 채널은 이덕행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국장급)과 박용일 북한 적십자 중앙위원이었다. 접촉에서 상봉자 규모와 상봉행사 일정을 정하면 남북이 각각 선발 과정을 거쳐 상봉자 명단을 교환한다. 보통 남북이 100명씩 확정한다. 준비 일정이 빠듯해 상봉행사는 추석 연휴가 지난 10월 초중순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7일 실무접촉에서는 또 추후 상봉행사의 정례화, 상봉자 규모를 현재보다 늘리는 방안, 상봉 장소를 금강산 대신 고향 상호 방문으로 하는 형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디딤돌 삼아 전면 생사확인과 상시 상봉을 위한 이산가족 명단 교환으로 나가야 한다는 복안이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우리는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요구했고 북한은 “생사확인에 공감하지만 당장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이 대목은 8·25 합의문에 반영되지 않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25일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적십자 실무협의에서 그런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연내 명단 교환을 강조한 만큼 10월경 예상되는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 이산가족 문제 해결이 남북협력 확대의 시금석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및 문제 해결이 8·25 합의 이행의 첫 단추이자 시금석이라고 강조했다. 이산가족 상봉에서 북한이 협력해 신뢰를 보여줘야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북한이 요구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큰 틀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 강조한 상시 상봉을 위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정상 가동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일맥상통한다.

정부는 남북이 합의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의 성격을 정례 고위급 협의체로 보고 있다. 여기서 도출해낸 합의사안을 이행할 분야별 분과위원회로 대화 채널의 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정례 고위급 협의체는 홍 장관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의 ‘통-통 라인’ 또는 이번처럼 안보·남북관계의 ‘2+2 고위급 협의체’가 거론된다.

고위급 협의체에서 한국이 원하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 해결과 북한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협의가 큰 틀에서 합의되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회담도 재개된다. 북한이 한국 국민의 신변안전 보장을 문서로 합의하면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

또 고위급 협의체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전제로 5·24 조치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지면 각종 경제, 군사, 사회문화 등 하위 회담에서 경원선 남북철도 연결, 개성공단 확대를 비롯해 남북 간 다방면의 경제협력 대화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남북관계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북한이 신뢰를 보여주면 단계별로 차근차근 진행하겠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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