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간암을 악성화시키는 원인을 구체적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윤계순, 우현구 아주대 의대 교수팀은 간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됐을 때 영향을 받는 유전자 10개를 밝혀내고 이들이 암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간암은 중·장년층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난치성 질환이지만 현재 사용 중인 간암세포 표적치료제는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높지 않다. 그런 가운데 최근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암세포의 악성화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토콘드리아에 주목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손상되면 산소 없이 당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공급해 암을 악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사람의 간세포를 이용해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된 세 종류의 세포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이들 암세포의 유전자가 발현되는 정도를 측정한 결과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됐을 때 암세포에서 활성화되는 유전자 10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연구진은 10개 유전자들이 암세포가 조직을 뚫고 들어가는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암세포를 악성화시킨다는 것을 추가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연구진이 간암 환자들의 암세포 분석 자료를 조사한 결과 이번에 발견한 10개 유전자가 모두 발현된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2년 생존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수술을 받은 뒤 2년 내에 암이 재발하는 조기 재발률도 35%이상 높았다. 연구진은 10개 유전자 가운데 ‘엔유피알1(NUPR1)’이 간암을 악성화시키는 구체적인 원리도 밝혀냈다.
윤 교수는 “엔유피알1을 비롯해 10개 유전자 모두 간암을 진단하는 바이오마커와 치료제 개발 표적이 될 수 있다”며 “현재 나머지 9개 유전자가 간암세포를 악성화시키는 원리를 규명하는 연구와 엔유피알1을 억제하는 약물 후보를 찾아내는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간장학(Hepatology)’ 7월 14일자에 게재됐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