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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시촌 판도 뒤바뀐다…신림에서 신촌으로

입력 | 2015-08-31 15:01:00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들어간 박모 씨는 여름 방학을 맞아 학교 도서관에 쌓아뒀던 수험서를 통째로 싸들고 서울에 다시 올라왔다. 그가 방학기간 중 한 주된 일은 이화여대 근처 독서실에 다니면서 변호사시험 대비 스터디모임에 참가한 것이다. 박 씨는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로스쿨 3곳이 신촌에 몰려있어 스터디모임을 만들거나 수험정보를 교환하려는 사람들이 신촌으로 많이 몰려온다”며 “같이 공부하는 이화여대 로스쿨생 덕분에 스터디룸 등 학교 시설을 무료로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9년 로스쿨이 문을 연 뒤 서울 고시촌의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2017년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전통의 고시촌인 관악구 신림동 일대는 위축되고 있다. 반면 로스쿨이 몰려 있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일대에는 관련 학원이 잇달아 생기고 수험생들이 몰려들면서 이 일대가 ‘로시촌(로스쿨+고시촌)’으로 변모하고 있다. 뀌고 있다. 지방대 로스쿨 재학생이나 졸업생까지 몰리면서 신촌동은 7,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동작구 노량진동 ‘공시촌’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성인 학원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8일 부동산업계와 국민안전처 등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09년부터다. 서대문구에서 고시생들이 생활하는 고시원의 수는 2008년에 170개였지만 지난해에는 269개로 58.2% 늘었다.

올해 6월에 메가스터디 계열 변호사시험 준비학원인 메가로이어스가 신촌동에 문을 연 것도 이런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이전까지 대형 고시학원은 신림동에 자리 잡는 게 불문율이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서울의 로스쿨 12곳 중 10곳이 신촌 등 강북지역에 있기 때문에 로스쿨생들을 상대하려면 신촌에 자리 잡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며 “신림동은 젊은 직장인과 외국인근로자 중심의 거주지로 변하고 있어 고시학원들이 많이 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시촌에는 지방에서 온 원정 수강생들이 다수 거주한다. 지난달 말 현재 메가로이어스에서 수강하는 대학생 중 지방대생의 비율은 약 40%였다. 올해 초 변호사시험에서 낙방한 한 수강생은 “지방대 재학생만 아니라 졸업생들도 이곳에 모여들고 있다”고 전했다.

신촌동이 고시촌계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면서 다른 전문자격증 준비 학원들도 일대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약대입문자격시험(PEET) 학원인 ‘프라임PEET’, 대학편입 학원인 ‘김영편입학원’, 세무사 등을 배출하는 ‘KG패스원 미래경영아카데미’ 등 이 지역 학원 상당수가 2009년 이후 이 지역에서 문을 열었다. 신림동이 고시촌으로 명성을 날리던 시기에 다양한 학원이 밀집됐던 모습과 비슷하다.

로시촌의 고시원에는 ‘단기 임대족(族)’들이 많다. 방학이나 특정 시험 직전에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1년까지 짧게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이 지역 공인중개업계의 전언이다. 이른바 ‘장수생’들이 고시에 합격할 때까지 몇 년이고 눌러 사는 신림동 고시촌과의 차이점이다.
이런 특징은 신촌동의 임대료가 다른 고시촌보다 비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국대 로스쿨생인 오 모 씨는 “시험 직전에 정보를 얻기 위해 신촌동을 찾긴 하지만 요즘은 학교(로스쿨)가 변호사시험에 떨어진 학생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도록 허락하기 때문에 굳이 큰 돈 들여 신촌 일대에서 장기간 생활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승진 인턴기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남권우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