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현수는 용병타자가 부실한 팀 사정에도 불구하고 4번타자로 맹활약하며 그 공백을 너끈히 메우고 있다. 김현수가 홈런을 때린 19경기에서 팀이 16승을 올릴 정도로 영양가도 높다. 30일 잠실 한화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5-4 역전승을 거둔 두산 선수들이 김현수(가운데)에게 승리를 자축하는 물세례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19홈런…두산 용병타자 부진 속 장타력 뽐내
“자리와 상관없이 내 타격만 열심히 할 것”
두산 김현수(27)는 지난 주말 최고의 4번타자였다. 29~30일 잠실 한화전에서 연이어 극적인 동점 홈런을 터트려 승리를 두산쪽으로 끌어왔다. 특히 30일에는 메이저리그 워싱턴 스카우트의 눈앞에서 잠실구장에서도 가장 먼 한가운데 펜스를 훌쩍 넘기는 파워를 과시했다. 4번이라는 타순에 걸맞은 무력시위였다.
김현수는 그러나 “각 구단 중심타자 누구라도 잘 맞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몸을 낮추면서 “3번이든, 4번이든, 혹은 1번이든, 2번이든 내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감독님께서 9번에 기용하시면 또 그 자리가 내 자리다. 난 그저 열심히 내 타격을 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사실 두산은 올 시즌 용병타자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했다. 전임 용병 잭 루츠는 물론, 대체선수로 영입한 데이빈슨 로메로도 인상적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두산보다 앞 순위에 있는 삼성과 NC가 각각 야마이코 나바로와 에릭 테임즈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진다. 그러나 이제 그 빈 자리를 김현수가 메우고 있다. 7번 타순까지 밀려난 로메로를 대신해 해결사 역할을 하고, 주자가 없을 때는 안타나 볼넷으로 출루해 득점 기회까지 만든다.
김현수는 동시에 5년만의 20홈런 고지도 눈앞에 뒀다. 타점도 앞으로 5개만 더 추가하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00타점 고지를 밟게 된다. 타율도 0.324를 기록하며 정확성에서도 뒤처지지 않고 있다.
이미 검증된 타자 김현수는 그래도 여전히 더 잘하고 싶어 한다. 그는 “매년 전 경기에 나가는 게 목표인데, 올해 3경기에 빠졌다. 그게 아직도 아깝다”며 “남은 경기에선 결장하지 않고 다 뛰고 싶다. 매 경기 이기는 데 집중하다 보면 또 새로운 목표가 생길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또 올 시즌이 끝나면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나는 아직 두산 선수다.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는 신경 쓰지 않겠다”며 “지난 시즌이 끝났을 때의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좋은 감을 유지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