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 정책사회부장
“메르스 때문에 스트레스가 엄청났을 텐데, 그때 담배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네요.”
“혹시 요사이 다시 피우시는 건 아닐까요?”
최근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금연 얘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메뉴가 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금연 얘기다.
그는 지난달 26일 퇴임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였다. 전직 장관의 금연이 세간의 화제가 되는 것은 그가 금연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문 전 장관은 올해 1월 담뱃값 대폭 인상을 이끌었다. 당시 담뱃값 인상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였고 이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거웠다. 담뱃값 인상 며칠 후 문 전 장관은 금연을 선언했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아일보에 ‘문형표 장관의 금연일기’를 연재했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까지 37년간 골수 애연가였다. 문 전 장관과 몇 번 식사하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금연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다 보니 남들 앞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가 없다”고 했다. 퇴근 후 혼자 있을 때 ‘몰래 담배’를 피운다는 얘기였다. 그 솔직한 고백엔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간적인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담배를 그렇게나 즐겼던 그가 담배를 끊겠다고 선언한 데다 ‘금연일기’까지 연재한다고 했으니 화제가 아닐 수 없었다.
사무실이 몰려 있는 서울 도심을 걷다 보면 직장인들의 거리 흡연이 많이 눈에 뜨인다. 곳곳에 모여 집단적으로 담배를 피운다. 여성도 많다. 담뱃값이 오르면서 올해 초 줄었던 담배 판매율이 다시 늘었다는 우려도 있다. 이와 달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율은 줄었다는 반론도 있다. 용돈을 타서 쓰는 청소년에게 담뱃값 4500원은 적잖은 부담이라는 말이다. 청소년 흡연인구가 감소한다면 그건 미래의 흡연율이 떨어진다는 징후여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부모들이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간접흡연의 피해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담배 위험에 무덤덤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문 전 장관의 ‘금연일기’는 중단되었다. 건강보험료 개편과 연금 논란에 이어 메르스 사태까지, 보건복지 분야에서 뜨거운 이슈가 잇달아 터져나와 ‘금연일기’를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보건복지부 장관의 ‘금연일기’는 그 자체로 화제였다. 일기에 나오는 그의 금연 실천을 따라 하는 사람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장관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어찌 보면 그의 금연은 보통 사람의 개인적인 일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문 전 장관이 금연에 완전히 성공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물론이고 그가 ‘금연일기’에 썼듯 “더 많은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 말이다.
이광표 정책사회부장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