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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개혁, 정부지침 아닌 법률개정으로”

입력 | 2015-09-01 03:00:00

경제5단체 ‘노동개혁’ 입장 발표




경제5단체가 정부지침이 아닌 법률 개정을 통해 노동개혁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재벌개혁이 우선인 상황에서 적반하장”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 부회장은 31일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노동개혁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발표하고 “정부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저성과자에 대한 근로계약 해지’ 등의 노동개혁을 정부지침 형태로 추진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제도개혁은 정부지침 형태가 아니라 법률 개정을 통해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은 “노동개혁은 1820만 근로자의 공통적인 문제를 두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해야 한다”며 “임금피크제 등 지엽적인 몇 가지 문제가 거대한 노동개혁인 양 좁은 시각에 빠져서는 곤란하다”고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경제계는 이날 △불공정하고 경직된 노동 관련 법과 제도를 개정할 것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혁할 것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독일은 2000년대 이후 하르츠 개혁을 통해 근로자 파견과 기간제 사용을 탄력적으로 가능하게 하고 해고 규제를 대폭 완화해 2008년 고용률 70%를 조기 달성했다”며 “우리도 제조업에 파견을 허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고용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는 것은 임금을 깎거나 비용을 줄이려는 게 아니라, 직무나 성과가 따로 노는 임금체계의 불공정성에 따른 근로의욕 훼손이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나아가 국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또 “전체 근로자의 10.3%에 지나지 않는 노조원의 조직적인 이익만 챙기지 말고 대다수의 미조직 근로자와 미래의 근로자인 미취업 청년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귀를 기울여주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쉬운 해고, 비정규직 고용, 원하청 불공정 거래로 노동시장 양극화와 청년실업을 야기한 장본인들이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경영계는 710조 원이 넘는 사내유보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실천 의지부터 밝혀야 한다”고 반발했다.

경영계가 요구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정년퇴직까지 근무하는 비율이 현격히 낮은 현실에서 엄청난 연봉을 받는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규제부터 선행돼야 한다”며 “CEO들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고 비정규직을 고용해 높은 연봉을 가져가는 행태부터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이샘물 evey@donga.com·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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