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사업 19년 만에 3일 8마리 방사하는 교원대 박시룡 원장
20년에 걸쳐 노력한 끝에 사라진 황새 복원에 성공해 자연방사를 앞두고 있는 박시룡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장.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3일 오후 3시 반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있는 ‘예산황새공원’에서는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 8마리의 자연방사 행사가 열린다. 국내에서 황새가 멸종된 지 22년, 황새복원 사업을 진행한 지 19년 만이다.
이날 행사의 주역은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의 박시룡 원장(63)이다. 이 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황새복원 연구기관이다. 박 원장이 황새복원 외길에 나선 것은 종(種) 자체가 사라지는 데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20여 년 전 교원대에 부임한 뒤 ‘휘파람새 방언’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농촌에 흔한 여름 철새였지만 연구 시작 10년 뒤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휘파람새의 지저귐이 사라진 거죠. 농약 사용과 농경지 개발 등이 원인입니다.”
박 원장은 1996년 황새 20여 마리를 러시아에서 들여와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황새 인공번식(알을 인공으로 부화시켜 실험실에서 키우는 것)에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황새 어미가 새끼를 직접 기르는 자연번식까지 이뤄냈다.
2007년 6월 15일에는 수컷 ‘부활이’와 암컷 ‘새왕이’ 한 쌍을 당시 충북 청원군(지난해 청주시로 통합) 미원면 화원리 6600여 m² 규모의 황새 시험 방사장에서 처음 시험 방사했다. 박 원장은 “야생방사 결과 의외로 잘 적응했다”며 “왜가리나 백로 등에 비해 먹이 잡는 기술이 뒤떨어지는 황새가 환경오염 등으로 먹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 게 국내에서 멸종한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황새 복원 과정에서 대학 내 국유지를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로 9000여만 원을 변상하라는 통보를 받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황새는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에 91마리, 예산 황새공원에 74마리가 있다.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박 원장은 황새마을 조성을 추진했고, 문화재청은 2009년 충남 예산군을 전국 유일의 ‘황새마을’로 지정했다. 그는 “황새마을이 만들어지면 친환경 농산물 생산지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관광객이 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효고(兵庫) 현 도요오카(豊岡) 시는 1965년부터 황새 복원사업을 벌여 지금은 11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황새의 춤’이라는 농산물 브랜드가 나오고 맨홀 뚜껑에까지 황새 문양을 새기는 등 황새도시로 변모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박 원장은 “농산물 수확을 위해 농약을 쓰는 일이 합리화되면서 땅을 죽게 만들었고, 이는 곧 정신도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황새 복원과 방사는 ‘종의 복원’을 넘어 우리 정신을 회복시키는 농촌녹색운동”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