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만에… 美 언어학자 홀리데이씨
한국이름 하진표, 한국어 음성학 논문
2학기부터 3개 과목 영어로 강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에 외국인 전임교수가 임용됐다. 1946년 고려대에 국어국문학과가 개설된 이래 6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미국인 제프리 홀리데이 씨(34·사진)를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임용해 이번 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한다”고 31일 밝혔다.
홀리데이 교수는 2학기부터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사회언어학’과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음성음운론’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연구윤리와 영어학술작문’을 강의한다. 세 과목 모두 수업은 영어로 진행한다.
홀리데이 교수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를 다니던 2001년 한국으로 여행 온 것을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2년 고려대 한국어센터에서 어학연수를 시작했다. 한국어를 배우며 ‘하진표’라는 한국 이름을 지을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미국에 돌아가 2003년 대학을 졸업한 홀리데이 교수는 원래 전공이 회계학이었지만,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전공을 음성학으로 바꿨다. 음성학은 언어에서 쓰이는 말소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홀리데이 교수는 2012년 오하이오주립대 대학원에서 ‘한국어 음성학’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Postdoctoral Fellow)으로 3년간 일했다. 앞서 서울대는 2011년 프랑스인 마크 뒤발 씨를 국문과 교수로 임용한 적이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