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뺨치는 시설… 놀이방-명상실도, 환자-보호자 교류 위해 방엔 TV 없애
지난달 25일 로날드 맥도날드 시카고 하우스 4층의 게임룸(위쪽 사진). 하우스 설립을 지원한 지역 연고 농구팀 시카고 불스의 기증품이 눈에 띈다. 건물 16층 옥상에 조성된 정원 바닥 블록에도 기부자들이 남긴 문구가 새겨져 있다(아래쪽 사진). 시카고=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들 부부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건 글로벌 비영리재단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RMHC·Ronald McDonald House Charities)’가 설립한 숙소형 공간 ‘하우스’였다. 병원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의 시카고 하우스는 부부가 딸 간병에 집중하는 원동력이 됐다. 결국 딸 휘트니는 6개월 만에 완쾌했다. 방사선 치료를 받을 정도로 병이 진행된 점을 감안했을 때 예상보다 이른 퇴원이었다.
○ 어린이 환자에겐 건강한 가족이 필수
‘장애물이 당신을 막을 수는 없다(Obstacles don’t have to stop you).’
8월 25일 기자가 찾은 RMHC ‘시카고 하우스’ 옥상 정원 바닥에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말이 새겨져 있었다. 이곳을 거쳐 가는 수많은 어린이 환자와 그 가족을 위해 한 기부자가 남긴 응원의 메시지였다.
2012년 6월 문을 연 시카고 하우스는 RMHC가 전 세계 62개국에서 운영하는 357개 하우스 중 최대 규모다. 약 1000만 달러(약 118억 원)를 투자했다. 건물 6∼15층에 마련된 숙소 66개는 호텔방과 비슷하다. 방별로 대형 침대 2개에 별도 화장실이 딸려 있고 층마다 세탁실, 조리실도 있다. 숙소 이용객은 기부비 명목으로 하루 10달러(약 1만1800원)를 낸다.
건물 2개 층(3, 4층)을 할애해 만든 공동 공간은 재단의 뜻이 가장 잘 반영된 곳이다. RMHC는 환자, 보호자들이 자신의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각 방에 TV 설치를 금지하는 등 공동 공간을 강조하고 있다. 건물 2개 층에 숙소 20개를 만드는 대신에 도서관, 놀이방, 공동부엌, 명상실 등을 마련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환자 가족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였다. 명상실 책장에는 개신교 외에도 천주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 서적이 있었다. 하우스를 거쳐 간 아이가 끝내 세상을 떠났을 때 24시간 불을 켜는 추모 램프도 눈길을 끌었다.
○ 국내 첫 하우스도 한 층 더 만들기로
이번 하우스 공개는 2년마다 열리는 RMHC 국제 콘퍼런스의 관련 행사로 진행됐다. 8월 24∼27일 시카고 시에서 열린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는 ‘가족과 가깝게 지내기’. 세계 60여 개국에서 1200여 명이 몰린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사람 △조직 효율성 △재정 지속성 △브랜드 활성화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교육과 토론이 진행됐다. 재단의 시니어 디렉터인 재닛 버턴은 “부모와 함께하는 아이들의 치료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며 “앞으로도 재단은 환자와 가족의 요구, 자원봉사자와의 관계 지속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