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中 단둥∼베이징 ‘新연암로드’ 탐방
‘열하일기’ 중 ‘야출고북구기(夜出古北口記)’의 배경이 된 중국 베이징 시 미윈 현 북동부 구베이커우 마을에 지난달 23일 비가 내리고 있다. 사진의 장소는 연암 박지원이 볕에 말리던 오미자를 무심코 집어먹었다 봉변을 당했던 곳으로 추정된다. 신춘호 한중연행노정답사회 대표 제공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쓴 열하일기(熱河日記) 중 일신수필(馹迅隨筆)의 한 대목이다. 그는 명나라를 우러러보는 숭명(崇明)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청나라 문물을 비하하는 이른바 ‘상사(上士·일류 선비)’를 비판하며 반어적으로 이렇게 썼다. 하찮은 물건을 유익하게 사용하는 문화가 커다란 궁성보다 더 가치 있다는 얘기다.
박설희 시인이 지난달 21일 중국 베이징 동북쪽 청더 시 거리에서 조선 사신들의 연행을 소재로 쓴 시를 낭송하고 있다. 김현지 씨 제공
탐방단은 단둥을 출발한 지 5일째인 21일 연암의 목적지였던 베이징 북쪽 청더(承德·옛날 열하)에 도착해 연암을 기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무용가 안은미 씨는 청더 강변에서 즉흥 공연을 했는데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기괴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공동체 예술을 하는 김월식 씨가 참가자들이 여정 중 촬영한 이미지를 청더 거리 곳곳에 빔 프로젝터로 투사하며 대화를 이끌자 현지 중국인들도 삼삼오오 호기심을 보이며 질문을 던졌다.
신춘호 한중연행노정답사연구회 대표는 “연행로를 답사할 때마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거나 사라지고 있다”며 “연행길의 모습을 기록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종길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은 “연행로는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길이면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로였고, 독립운동가들이 만주로 건너간 길이었다”면서 “경제와 문화 교류의 통로가 되고 있는 연행로의 역사적 의미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문화재단은 동행한 미디어 아티스트 등의 작업을 바탕으로 답사 자료를 정리하고 2016년까지 연암의 발자취를 추가로 연구한 뒤 전시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