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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내 폭언-모욕-위협도 범죄행위

입력 | 2015-09-01 03:00:00

[대한변협과 함께 하는 꼭 알아야할 법률상식]




가정폭력이 생기면 경찰에 먼저 신고하는 것이 좋다. 피해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신고할 수 있다. 동아일보DB

양윤숙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로스쿨)

초등학생 아들을 둔 A 씨는 남편 B 씨와 결혼한 후 10년 이상 남편의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려 왔습니다. 평소 말 없고 얌전한 성격인 B 씨는 집에만 오면 돌변합니다. 술에 취하거나 B 씨의 요구가 통하지 않으면 A 씨의 뺨을 때리고 주먹을 휘두르곤 합니다. A 씨는 그때마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사과하는 B 씨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지고 아들 생각도 나서 견뎌왔지만, 폭력은 더욱 잦아지고 심해졌습니다. 그러나 A 씨는 이런 상황이 창피하기도 하고 무서워서 주변에 털어놓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A 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어디까지가 가정폭력인가


가정폭력과 관련된 현행법으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 법에 따르면 가정폭력이란 ‘가정 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흔히 가정폭력이라 하면 A 씨의 사례처럼 신체적인 폭력을 떠올리기가 쉽지만 신체적 접촉이 없어도 폭언이나 모욕 같은 언어폭력 및 위협, 생활비를 주지 않는 등 경제적으로 무력하게 만드는 행위,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하는 행위, 지나친 의심이나 감시로 고립시키는 행위 등 그 유형은 다양합니다.

‘가정 구성원’의 범위 또한 부부, 부모와 자녀, 배우자의 부모, 동거 친족뿐 아니라 사실혼 관계의 부부, 사실상의 양친자 관계, 과거 부부 관계였던 사람 등을 포함해 폭넓게 인정됩니다.




○ 제3자도 신고 가능

가정폭력이 벌어지고 있다면 안전 확보가 최우선이므로 먼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고는 피해자가 아니라도 가정폭력 사실을 알았다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즉시 현장에 출동해 폭력행위를 제지하고, 피해자를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에 연계하거나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도록 할 수 있습니다. 경찰의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폭력 재발의 우려가 있을 때 검사가 법원에 임시조치를 청구하면 판사는 가해자에게 격리조치, 접근금지 등의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까지 기다리기에는 급박한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찰이 긴급하게 이런 조치들을 선행하고 나중에 검사가 법원에 임시조치를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피해자는 경찰에 긴급하다고 요청하는 게 좋습니다.

수사기관에 신고 혹은 고소를 한다고 해서 행위자가 모두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검사는 수사 후 사건의 성질, 행위자의 성행 등을 고려해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해 가정법원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가정보호사건이 되면 판사는 가해자의 처벌보다는 교육과 폭력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추어 피해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보호관찰 등의 ‘보호처분’을 내리는 동시에 부양에 필요한 금전 지급이나 치료비 등의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 보호처분은 행위자에게 전과가 생기지 않습니다. 가정폭력범죄 후 피해자가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때도 있는데 이혼과 형사적인 문제는 별개입니다.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의 신변 보호나 수사에 미진하다면 피해자는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가정법원에 가해자와의 격리·접근 금지 및 가해자의 친권행사 제한 등을 구하는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 피해자 보호·지원 시스템 적극 활용을


가정폭력 피해자는 전국의 상담소 및 보호시설에서 일시 보호·치료비 지원·무료 법률구조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정신적 치료 회복을 위한 심리상담도 가능합니다. 만약 A 씨처럼 피해자가 여성이라면 여성가족부의 ‘여성긴급전화 1366’으로 전화를 걸어 피해자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 A 씨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이므로 우선 경찰에 신고 또는 고소해 B 씨를 A 씨 및 A 씨 아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검사가 이를 가정보호사건이라고 판단해 가정법원에 보내면 법원은 심리를 통해 B 씨에게 적절한 보호처분을 내리게 됩니다. 가정법원은 보호처분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면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도록 조치할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은 흔히 ‘집안일’이라고 생각해 당한 사람이나 주변 사람 모두 쉽게 넘어가는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그대로 두면 신체 및 정신적 손상은 물론이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어떠한 이유로든 폭력은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양윤숙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