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 여성동아 편집장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에 글을 쓰는 일이 기자들의 새로운 업무가 되면서 새로 추가된 나의 잔소리다. 여성지를 포함해 거의 모든 매체가 서너 개씩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운영하면서 생긴 일이다. 현장에서 바로 업로드를 하는 게 SNS의 경쟁력이지만 글을 다루는 기자들은 아무리 짧아도 이런저런 주의를 하게 된다. 그러니 느리다. 느린데, 잘못된 내용에 주어와 술어도 맞지 않고 오자투성이인 문장을 쏟아내는 실시간 SNS들이 불러일으키는 혐오감이 속보를 향한 유혹을 뿌리치게 한다. 최소한의 논리도 생략하고 해시태그(‘#’)로 유아어처럼 단어만 연결하는 인스타그램을 처음 봤을 때 난 고개를 저었다. 이건 자랑질이 아니라 나의 촌스러운 멀미를 고백하는 것이다.
한 모임에서 사람들에게 ‘브이’를 봤냐고 물었더니 한 명은 ‘받았다’고 말했고, 두 명은 ‘옛날에 봤다’고 했다. 웃겨서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최근 공개된 연예인 동영상 서비스 ‘브이: 스타의 레알 라이브 앱’에 대해서 질문한 것이었다. 한 명은 내 말을 이해하고 ‘(앱을 다운로드) 받았다’고 말했지만, 둘은 초록색 파충류가 등장한 바로 그 충격의 원조 미드 ‘브이’를 떠올린 거다. 아아, 나도 물론 봤다. 80년대에. 그리고 ‘스타의 레알 라이브’보다 ‘도마뱀의 레알 라이프’가 더 재밌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또한 SNS와 포털은 이제 언론사의 기사에 등장하는 모든 것을 즉시 구매,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운영한다. 기사와 광고가 구분되지 않는다고 불평할 필요가 없다. 기사가 곧 쇼핑몰이니까. SNS는 사람들을 잇는 네트워크지만 이보다 더 세대와 취향을 확연하고 촘촘하게 가르는 벽이 있었던가. SNS가 타깃 마케팅의 훌륭한 통로가 되는 이유다. 요즘 홍보회사의 능력은 연예인의 SNS에 “내가 이 제품을 쓰고 있다”는 글을 몇 건 올렸는가로 결정된다. 협상과 거래의 결과다.
나는 ‘뉴미디어가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 시장에서 최적의 대안’이라는 어느 창작자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그가 음악보다 시장에 방점을 두고 있음에 주목한다. 넷 세대가 SNS로 만든 창의적 예술에 감탄하면서도 그 중심이 지성이 아니라 돈으로 옮겨간 건 아닌지 우려한다. 그래서 새로운 미디어가 나올 때마다 우르르 옮겨 타 자신을 소비하는 것에 멀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나처럼 어지럼증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올해 개봉한 영화 ‘위아영(원제는 While We‘re Young)’을 추천한다. 우리의 불안이 첨단 기술이나 SNS가 아니라 늙어 죽도록 돼 있는 인간의 존재가 가진 강박에서 비롯한 것일 수 있다는 깨달음과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달리는 차에서 멀미가 날 때는 움직이지 않는 먼 곳을 보시도록!
김민경 여성동아 편집장 hold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