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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 성동조선 ‘가정교사’로… 조선 구조조정 닻 올라

입력 | 2015-09-02 03:00:00

수출입銀과 최장 7년 공동경영




삼성중공업이 채권단의 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을 수출입은행과 함께 최장 7년 동안 공동경영하기로 했다. 수은은 공동경영이 끝난 뒤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을 인수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놔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1일 수은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은이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4년 동안 성동조선의 영업, 구매, 생산, 기술부문에서 경영을 지원한다. 수은과 합의가 있으면 위탁경영기간은 3년 연장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이 선박 수주 및 건조 등 현장 실무를 맡고 수은은 인사, 노무, 재무 등 전반적인 경영 관리를 담당한다.

삼성중공업은 자사의 영업망을 활용해 성동조선의 신규 선박 수주를 도울 예정이다. 동시에 삼성중공업으로 들어온 일감을 외주계약 방식으로 성동조선에 일부 넘겨줘 성동조선이 안정적으로 건조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구매 단가 절약방법과 생산관리 노하우 등도 성동조선에 전수한다. 이를 위해 삼성중공업은 기술지원단을 성동조선에 파견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성동조선을 돕는 대신 성동조선의 조선소 터와 설비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중형, 대형 상선을 함께 발주하는 선주의 수요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삼성중공업은 기대하고 있다.

앞서 조선업계 위탁경영은 두 차례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1997년 부도 처리된 한라중공업(현 현대삼호중공업)을 1999∼2002년 위탁경영한 뒤 인수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2014년 대한조선의 위탁경영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대한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위탁경영은 실패로 끝났다.

두 사례 모두 위탁경영을 맡은 조선사에서 재무적 지원까지 해줬지만 이번 성동조선 공동경영은 위탁경영을 맡은 조선사가 아닌 수은에서 재무적 지원을 전담한다는 점에서 앞선 사례와 다르다.

수은은 공동경영이 끝난 뒤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을 인수할지에 대해서는 협약서에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수은은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후 인수 의사를 나타내면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덕훈 행장은 “개별 조선사를 단순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장기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 조선 산업에 부활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공동경영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기준 수주량 세계 9위인 성동조선은 2001년 창립 이래 국내에서 유일하게 육지에서 선박을 제조하는 방식을 고수하며 7만∼20만 t급 탱커와 벌크선을 주로 수주해 규모를 키워왔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발주량 감소와 파생상품 투자 손실 등으로 사세가 급격히 위축됐다. 결국 2010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고 이후 경영 악화의 원인이 됐던 저가 수주를 자제하면서 매출이 2010년 2조4088억 원에서 지난해 6969억 원으로 줄었다. 영업손실은 3395억 원이었다. 자율협약 이후 지금까지 채권단이 성동조선에 투입한 자금은 2조6000억 원이며, 올 5월 3000억 원을 단독으로 지원한 수은은 올해 안에 3000억 원 이내에서 추가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김준일 jikim@donga.com·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