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방역체계 개편안 졸속 논란 복지부, 공청회 14일만에 발표 “인사-예산권 보장… ‘청 독립’ 효과” 野-與 일부 반대… 입법 진통 예상
보건복지부는 질병관리본부 독립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를 지난달 18일 개최해 “전문가 추가 의견 수렴 뒤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청회 14일 만인 1일 전격적으로 ‘질병관리본부 독립 없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은 공청회 당시 정부의 용역을 받은 서재호 부경대 교수안과 거의 같았다.
○ 공청회 14일 만에 개편안 졸속 발표
이에 충분한 전문가 의견 수렴 없이 정부안이 성급하게 발표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청회에 참여했던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미 답을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공청회를 연 것이어서 그때 나온 의견들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취임 뒤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신임 장관이 제대로 검토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졸속 발표가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아직 메르스 대응 과정의 문제를 밝힐 감사원 감사와 백서 작성이 끝나기도 전에 정부안부터 발표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역체계의 문제점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상황에서 처방부터 나온 셈이기 때문이다.
○ 의료쇼핑 막기 위한 진료의뢰서 유료화
이번 개편안에는 병·의원에서 의사가 무료로 발급해주는 진료의뢰서를 유료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환자에게는 의뢰서 발급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의뢰서 발급의 적정성을 따져 무분별한 의뢰서 남발을 막겠다는 얘기다. 현재는 경증 환자도 동네 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 손쉽게 대형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의료쇼핑’ 문화는 대형병원 쏠림을 가중시키고 감염병 예방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병원들이 심평원 심사를 의식해 날림 의뢰서 발급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500병상 수준인 음압병상(감염병 환자 관리 병실)을 내년 4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761병상까지 늘리고 2020년까지 1500병상까지 늘리기로 했다. 현재 단 2명뿐인 정규직 역학조사관도 64명까지 확충하기로 했다. 의사 출신인 역학조사관들은 평시에는 감염병 감시 업무를 하다가 신종 감염병 발생 시 현장에 즉시 투입된다.
이날 발표된 정부 개편안은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안 발표 이전에 열린 당정 협의 과정에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도 질병관리본부의 청 독립 방안을 요청했다. 야당도 반대 방침을 세웠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소 질병관리본부의 청 독립은 돼야 한다. 장관이 업무 파악도 안 된 상황에서 복지부 관료들이 성급하게 발표한 안을 통과시켜줄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