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9월의 주제는 ‘허례허식’]<167>체면치레용 전락한 선물
돌반지 선물은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동아일보DB
돌반지를 받는 쪽도 속이 편한 건 아니다. 얼마 전 돌잔치를 치른 이모 씨(34)는 하객들이 선물한 돌반지들을 보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상대방에게도 이 정도는 해줘야 체면이 설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씨는 “돌반지를 모아두면 나중에 애가 큰 뒤 목돈이 된다고들 하지만 사실 꼭 필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나도 안 줄 순 없으니 다른 사람 돌잔치 때 금값이 오르지 않기만 빌 뿐”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돌잔치에는 당연히 주고받는 것이라 여겨졌던 돌 금반지도 보여주기식 행사의 일부분이 됐다. 아기의 건강을 빈다는 원래의 좋은 의도보다는 ‘내가 이렇게까지 해 준다’, ‘나도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다’는 체면치레용의 성격이 더 강한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래 돌잔치는 부수적인 지출까지 해야 할 행사가 아니었는데 최근에 크게 치르는 게 유행이 됐다”며 “주변 사람들이 하는 수준만큼은 따라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스러우면서도 어쩔 수 없이 체면을 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