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초 부상까지 겹쳐 부진하자 방망이 세우는 자세로 바꿔 그래도 신통치 않자 원래 폼으로 ‘200안타’ 타자의 어려운 결단… 노력으로 만든 위업임을 증명
서건창은 지난해 프로야구 최초로 201안타를 기록하며 ‘서 교수’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타율도 0.370이나 됐죠. 그런데 올해는 4월 9일까지 타율이 0.231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날 두산 1루수 고영민(31)과 부딪치며 오른쪽 후방 십자인대를 다쳐 장기간 ‘휴강’에 들어갔습니다.
지난달 5일 방망이 끝을 세운 채 타석에 섰던 서건창(왼쪽 사진)은 이틀 뒤 원래대로 방망이를 눕히는 타격 자세로 돌아왔다. SBS스포츠·KBSN 화면 캡처
8월 6일 경기에 빠졌던 서건창은 다음 날 경기부터 원래 타격 자세로 돌아왔습니다. 그 뒤 20경기에서 타율 0.434, OPS 1.139를 기록했습니다. 최우수선수(MVP) 레벨입니다. 이 20경기 동안 10경기에서는 안타를 두 개 이상 때리기도 했습니다. 타격 부진으로 하위 타순에 머물던 서건창이지만 최근에는 3번 타자로 나서며 팀 공격에 활력도 불어넣고 있습니다.
200안타를 때려낸 타격 자세를 바꾸는 건 선수는 물론이고 팀으로서도 쉽지 않은 일. 염경엽 넥센 감독은 “타격 자세 바꾸는 걸 처음에는 코칭스태프에서 반대했지만 스스로 경험할 수 있도록 그냥 해보라고 했다. 실패를 통해 스스로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이라며 “서건창이 올해도 3할을 쳐야 자기 커리어를 확고하게 이어갈 수 있다. 내년에 더 잘할 수 있는 발판도 된다. 가장 좋은 건 0.320을 넘게 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1922년 타율 4할(0.401)-40홈런(42홈런)을 동시에 기록한 로저스 혼스비(1896∼1963)는 “위대한 타자는 타고나는 게 아니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실수를 고쳐 가고 스스로 자신감을 얻음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서건창이야말로 스스로를 위대한 타자로 만드는 법을 알고 있는 선수입니다.
연습선수 출신인 서건창은 하늘에서 떨어진 천재가 아니라 밑바닥부터 노력으로 올라온 타자입니다. 그래서 서건창이 내년에는 또다시 새로운 타격 자세로 우리 앞에 선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닐 겁니다. 남들이 실패자라고 낙인찍을 때 보란 듯이 성공하는 게 그의 특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