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씨, 20년간 모은 100여종 기증… 인천시립박물관서 생활사 유물로 전시 1970년대 생활상 한눈에 볼수있어
“지금은 교통카드가 도입되면서 없어졌지만 1970년대 학생들에게 버스 회수권(버스표)은 필수품이었죠. 학교 앞 상가와 음식점에서는 현금처럼 취급돼 떡볶이나 자장면은 언제든 사 먹을 수 있었어요.”
인천에서 나고 자란 50대 시민이 20여 년 동안 모은 100여 종류의 회수권을 인천시립박물관에 기증해 생활사 유물로 전시된다. 기증자는 남인천농협 백운지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유재석 씨(52).
그가 회수권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동인천중학교에 입학한 1977년부터. 당시 전국 각 지역 버스조합에서는 할인 혜택을 받는 학생을 제대로 가려내기 위해 회수권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세무 당국도 투명한 세원 관리를 위해 버스회사의 회수권 사용을 장려했다.
이듬해에는 발행기관이 경기도버스조합 인천승차권관리위원회로 바뀐 35원짜리 회수권을 남겨 두었다. 1979년에는 회수권이 초등학생, 중고교생·대학생이 각각 사용하는 ‘국민학교생권’과 ‘학생권’으로 구분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당시 생활고에 따라 회수권 위조가 성행한 탓인지 이를 막기 위해 2년 전에 비해 복잡한 문양을 그려 넣고, 크기도 가로 8.4cm, 세로 2.4cm로 커졌다. 용돈이 궁했던 학창 시절을 보낸 현재 40, 50대 이상이라면 회수권을 둘러싼 에피소드는 누구나 한두 가지쯤은 있을 터. 그는 “누나가 선물한 색 볼펜으로 비슷하게 그려 만든 회수권을 버스 차장에게 내밀었다가 걸려 혼쭐이 났던 기억이 난다. 생활 형편이 어렵던 그 시절에는 회수권 구입도 큰 부담이었다”며 웃었다.
그 뒤 1980년에 발행된 회수권에는 인천이 항구도시라는 정체성을 부각하기 위해 중앙에 시내버스를 대신해 여객선을 도안해 넣었다. 가격도 일반 90원, 중고교생 80원, 초등학생 60원으로 올랐다. 이듬해에는 일반 요금이 다시 110원으로 인상돼 물가인상 폭이 가팔랐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가정에서 별미로 즐겨 먹던 라면 한 봉지 가격이 100원이었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수도권 대학이 운행하던 통학버스의 승차권이 새로 앨범에 추가됐다. 인천은 물론 서울 강원 대전 광주 목포 마산 제주 등 전국을 여행하며 구입한 시내버스 회수권도 보관해 두었다. 수도권 지하철과 기차를 탈 때 구입한 승차권도 모아 기증했다. 박용운 인천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엽서나 지도, 사진, 광고지 등은 모두 생활사의 흔적”이라며 “시민들이 살아온 과거의 삶이 투영된 자료는 무엇이든 전시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90년 유남옥 씨가 기증한 다듬잇돌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000점이 넘는 유물을 시민들이 박물관에 내놓았다. 2012년까지 매년 수십 점에 불과했지만, 다양한 홍보가 시작되면서 2013년 284점, 지난해 271점으로 늘고 있다. 032-440-6744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