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왕의 심기를 거스르는 보도는 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남의 나라 국가원수에 대해서는 선정성 오보도 서슴지 않는 것이 극우 신문 산케이가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다. “증권가 관계자에 의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한 유부남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8월 가토 다쓰야 당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세월호 사고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에 관해 쓴 기사의 일부다. 자기들끼리는 작은 폐라도 끼칠까 조심하다가도 타자를 향해서는 참으로 무례하게 돌변해버리는 것이 일본이 끊지 못하는 ‘민족의 나쁜 유산’이다.
▷노구치 히로유키 산케이신문 정치부 전문위원이 지난달 31일 ‘미중(美中) 양다리, 한국이 끊지 못하는 민족의 나쁜 유산’이란 제목으로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에 독설을 퍼부으며 ‘민비를 둘러싼 조선도착(倒錯)사’라는 걸 늘어놓았다. “이씨 조선에는 박 대통령과 같은 여성 권력자가 있었다”로 시작해서 “민비는 암살됐다”로 끝난다. ‘되다’체 동사로 암살의 주체를 얼버무린 것은 비열하다. 또 일본이 저지른 암살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커녕 그 일을 들어 협박성 선동을 하는 것은 깡패 짓과 다를 바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