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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서류로 170억 대출금 챙긴 기업 무더기 적발

입력 | 2015-09-02 15:53:00


신용보증기금 보증서(신보)와 가짜 서류로 시중 은행에서 8년 동안 거액의 대출금을 받아 챙긴 중소·중견기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만 받으면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지 않고 대출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의 허점을 노렸다.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손준성)는 신보 보증서를 받은 뒤 거짓으로 작성한 전자세금계산서와 매매계약서 등으로 은행에서 총 170억 원을 대출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식품업체 대표 양모 씨(53) 등 26명을 구속하고 아스콘제조업체 대표 김모 씨(68) 등 7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50개 업체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런 수법으로 총 1437억 원을 대출받았다. 일부 업체는 부도 직전에 집중적으로 사기 대출을 받았으며 ‘갑(甲)’의 지위를 악용해 하청업체에게 가짜 서류를 발급하도록 강요한 업체도 있었다. 이로 인해 신보가 입은 피해액은 475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신용보증기금이 재정 상태가 열악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기업 간 거래 구매자금 대출 제도’의 허점을 노렸다. 이는 기업끼리 물건을 사고 팔 때 신용보증기금이 구매기업이 판매대금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해주는 제도다. 기업이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신보가 대신 상환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형식적인 서류만 확인하고 대출을 승인해줬다.

검찰은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해 기업 간 거래 구매자금 대출 보증 시 기업의 세부정보 등록을 의무화하고 은행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제도상 허점을 보완하도록 국무총리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에 건의할 예정이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