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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PC방 가려고 26개월 아들 살해한 사건 파기환송…왜?

입력 | 2015-09-02 20:42:00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잠을 자지 않고 보채는 한 살배기 아들을 살해한 혐의(살인 사체유기 등)로 기소된 정모 씨(23)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2일 밝혔다.

직업없이 인터넷 게임에 빠져있던 정 씨는 지난해 3월 경북 구미시 자신의 아파트에서 PC방에 가려다 잠을 자지 않고 보채는 아이의 명치를 3회 때리고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숨진 아들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길가에 버렸다.

1심은 살인 사체유기 등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정 씨가 아들의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경찰 조사에서 호흡을 막았다고 진술했던 정 씨는 재판 과정에서 “명치를 때린 적은 있지만 살해하지는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대법원은 정 씨가 아들을 때릴 때 살인 고의가 있을 수 있었는데도 원심이 정 씨가 아들의 코와 입을 막았는지에만 중점을 뒀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정 씨가 명치를 때려 아들이 사망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적어도 폭행치사나 상해치사의 죄책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원심의 판단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