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고 그 대가를 다른 사람이 챙기게 해준 경우에도 처벌하는 ‘제3자 배임수재죄’를 신설하기로 하고 그 내용을 입법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민간 영역의 부정부패도 강하게 처벌하겠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기업 대표가 하청업체 부정 선정을 대가로 자신의 처남에게 뒷돈을 주게 하거나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에 이익이 되는 계약을 맺게 하는 경우 기업 대표를 처벌할 수 있게 된다.
현행 형법상 배임수재죄는 민간인이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득을 얻게 한 경우엔 처벌하지 못했다. 대법원이 2004년 고속도로 휴게소 관련 청탁을 받은 민간인이 판매점 영업권을 자신의 처제에게 주도록 한 사건에서 “본인이 영업권을 취득한 것이 아니다”라며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그동안 친인척이나 소속 단체를 통해 뒷돈을 챙겨온 민간 사업자를 ‘혐의 없음’ 처분했다. 심지어 서류상으로는 제3자에게 이익이 가게 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본인이 돈을 챙겼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법원에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시킨 사례도 적지 않다. 반면 공무원은 제3자가 뇌물을 받게 한 경우에도 처벌받는 제3자 뇌물제공죄(형법 제130조)로 처벌받아왔다. 이 때문에 그 동안 민간분야의 부패 사범 처벌을 위해 제3자 배임수재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제3자 배임수재죄는 유엔 부패방지협약의 권고사항 중 하나로, 민간분야 부패방지와 관련한 국제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