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석 논설위원
피 말리는 자소서 스트레스
자소서 비중이 늘어난 것은 지원자의 직무수행 능력을 파악하는 동시에 허수를 솎아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업 담당자들은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자소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거짓 없이 쓰면 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당신이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생각하는 ‘나’에 대해 비교해 기술하시오”라든지 “당사 브랜드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인지도를 제고시킬 참신한 아이디어와 그 실현방안을 제시하시오”처럼 추상적이거나 전문적인 항목을 만나면 취준생은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청년 구직자에게 확고한 인생관과, 현장경험과 연관된 지식을 요구하는 것은 거짓말을 지어내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취준생들이 자소서를 자소설(自小說·자기소개서+소설)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작년 10월 인크루트가 실시한 취준생과 대학생 조사에서 75%는 ‘자소서 항목이 너무 어려워 입사지원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할 정도였다. 유료 컨설팅이나 첨삭지도를 받는 사교육도 생겨났다. 대학생들은 오로지 자소서 항목을 채우기 위해 외국봉사와 단기창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스펙 비중을 줄인다는 취지가 또 다른 스펙 쌓기로 변질되는 역설이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010년부터 컴퓨터가 작성한 뉴스를 선보인 미국 ‘내러티브 사이언스’의 사례처럼 근사한 자소서를 완성해주는 소프트웨어가 나오는 것도 시간문제일 터다. 외국계 기업은 보통 A4용지 한 장에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소개하는 커버 레터를 요구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외치는 조직이라면 정해진 형식의 자소서에 집착하기보다 차별화한 검증방법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
채용방식 차별화 고민할때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