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일·산업부
국내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 업체 판도라티비 배상승 부사장이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낸 건 5월 26일.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요즈마그룹 설립자 이갈 에를리흐 회장 단독 인터뷰 기사를 쓴 이튿날이었다. 요즈마그룹은 보안·의료·통신 등에서 세계적인 벤처·스타트업 기업을 여럿 육성한 곳.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모델이기도 하다.
배 부사장은 “에를리흐 회장을 만나 판도라티비가 벤처정신을 잃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조언도 얻고 싶다”며 “단 30분만이라도 시간을 내준다면 무조건 가겠다”고 했다. 에를리흐 회장이 “스스로 백조인 줄 깨닫지 못하는 미운 오리새끼가 너무 많다”며 판도라티비를 ‘미운 오리’로 꼽자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나선 것이다.
이날 만남을 계기로 판도라티비는 요즈마그룹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사업 제휴를 했다. 에를리흐 회장은 “동영상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이 인상적인 판도라티비가 동남아 신흥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해외증권시장 상장 및 글로벌 사업 확장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판도라티비의 매출은 116억 원.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와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하지만 여러 사업에 기웃거리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다른 인터넷기업과 달리 벤처정신을 갖고 10년 넘게 영상 서비스라는 ‘한우물’을 파고 있다. 판도라티비가 요즈마그룹의 지원과 오랜 시간 지켜온 벤처정신을 바탕으로 미운 오리가 아닌 백조로 화려하게 변신하기를 기대한다.
서동일·산업부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