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휴대전화 중독 막자” 여고생 아이디어로 탄생한 ‘똑똑한 보관함’ “교실서 폰 사용 말고 넣어두자”… ‘스마트폰 감옥’ 고교 첫 설치
‘스마트폰 안전금고’ 특허권을 가진 수원하이텍고 2학년 박희라 양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금고에 넣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스마트폰을 넣고 충전 줄을 연결하자 보관함 위쪽에 녹색 불이 켜졌다. 문을 닫고 전자카드를 갖다 대자 ‘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철제 보관함 속에 스마트폰이 안전하게 보관됐다는 뜻이다. 이 보관함은 일명 ‘스마트폰 감옥’. 스마트폰을 꺼내기 위해 다시 전자카드를 갖다 댔지만 ‘지정된 시간이 지나야 열 수 있습니다’란 문구가 뜰 뿐 문은 열리지 않았다. 스마트폰에는 진정한 ‘감옥’이다.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관할 수 있는 스마트폰 감옥이 2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청명북로 수원하이텍고에 설치됐다. 스마트폰 감옥의 원래 이름은 ‘스마트폰 안전금고’. 교실 뒤 사물함처럼 설치해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한 대씩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보관 중인 스마트폰은 잠자기 모드로 바뀌어 전화벨도 울리지 않는다. 유괴를 가장한 피싱(Phishing) 등에 대비해 전화가 오면 ‘안전금고에 보관 중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자동으로 발송된다.
스마트폰 감옥은 이 학교 2학년인 박희라, 이정원 양이 아이디어를 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했다. 두 학생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발명대회에서 이 아이디어로 대상을 받았다. 박 양과 이양은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권도 보유하고 있다.
설치비는 교실 하나당 200만 원 수준이다. 최현석 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많은 학교가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수집해 보관하는 과정에서 분실 및 파손 등을 겪고 있어 매년 1000만∼2000만 원가량의 예산을 책정한다”며 “스마트폰 감옥을 설치하는 게 비용 면에서도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용 정보를 분석하면 스마트폰 사용량과 학업 성취도의 연관성 같은 생활지도 기초 자료로도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고교생의 스마트폰 사용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안전금고는 교육현장에서 크게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2013년 6월과 7월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마트폰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1만1410개 초중고교 재학생 628만2775명 가운데 초등학생의 49%, 중학생의 85%, 고등학생의 84%가 각각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과 고교생의 보유 비율이 비슷한 점으로 미뤄 학생들은 중학생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김희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