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정상회담] 대북정책 긴밀 공조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34분간 이어진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모색하는 방안을 두고 긴밀한 협의를 했다. 베이징=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중국 반관영통신인 중국신원왕(新聞網)은 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중 정상이 인식을 같이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중국 최고지도자가 유엔 결의 이행을 먼저 강조하고 나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이 박 대통령과 함께 북한에 유엔이 금지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라고 공동으로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즈음에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면 시 주석이 강조해온 6자회담 재개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박 대통령은 8·25 합의로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가 꺼지기 전에 한중 공동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었다. 이처럼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도발 중단을 강조함으로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한중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확고히 견지하고 의미 있는 북핵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북-중 관계가 냉각된 데다 김정은이 보낸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2일 중국에 도착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북핵 불용 원칙을 재천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
한중 정상은 또 최근 국제사회의 단합된 노력으로 이란 핵협상이 타결됐음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이란 핵협상은 협상(대화)과 제재(압박)를 통해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가 협력을 이룬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제재 중인 북한에 진지한 태도로 협상에 나오라는 메시지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데다 북핵과 관련한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 한중 정상의 원칙 천명만으로 6자회담이 금방 재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없는 것도 6자회담 재개의 걸림돌이다. 시 주석이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한 것은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과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을 겨냥해 미국에 북한과 대화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 한반도 ‘조속한’ 통일에 대한 깊은 논의 주목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한반도가 분단 70년을 맞아 조속히 평화롭게 통일되는 것이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시 주석은 한반도가 장래에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이외에도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힌 대목이 주목된다. 특히 ‘조속한 통일 논의’는 북한 권력 내부의 불안정성이나 급변사태에 대해 얘기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음을 시사한다. 과거 한중이 공개적으로 거론조차 하기 어려웠던 조속한 통일 논의가 김정은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 시 주석, 박 대통령 대북 구상 지지
시 주석은 “중국은 지역 평화와 협력에 관한 당사국의 구상을 지지한다”며 “당사국들과 동북아 지역의 협력을 전개해 지역의 공동 번영과 발전을 촉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은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실크로드) 구상에 연관성이 있음에 주목하고 각 구상을 실행하면서 서로 연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