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정상회담] 北 ‘협상서 南에 굴복’ 평가에 당혹… ‘최고존엄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 향후 회담 주도권 회복 노림수도
북한이 2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뢰 도발 사건의 유감 표명을 적극 부인하고 나선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8·25 남북 고위급 합의 이후 북측에선 이 같은 일련의 발언이 이어졌다. 고위급 북측 협상 대표였던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지뢰 폭발을 “근거 없는 사건”(지난달 25일)이라고 했고 김양건 노동당 비서도 “원인 모를 사건”(지난달 27일)이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유감은 사과가 아니다”라고 아예 선을 그은 것이다.
우선 북한 내부를 단속하려는 고육지책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연구실장은 “최고 존엄, 즉 김정은에 대한 모독에 극도로 민감한 북한이 자꾸 협상에서 굴복했다는 얘기가 나오자 당혹스러웠을 것”이라며 “김정은의 지도력이 훼손되는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한국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장 대화 국면의 판을 깨는 것이 아니라 유감 논란을 통해 남남 갈등을 일으키고 향후 남북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봤다. 협상에서 “남측이 먼저 합의정신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8·25 공동보도문의 ‘유감’ 표현 자체가 지뢰 폭발의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하지 않아 애초에 북한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지뢰 도발에 대한 시인 및 사과를 강조해 온 정부도 합의문 자체가 논란이 되는 것은 부담이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합의문에 유감 표명이 들어갔다는 것이 정답이기 때문에 북한이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들이 큰 의미가 없다”며 “이번 담화는 내부(를 겨냥한) 발언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유감 표명을 놓고 말싸움으로 번지는 건 실익이 없다”며 “북한이 내부적으로 저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