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없는 중국군 열병식에 朴대통령, 中-러 정상과 나란히 김일성이 천상에서 기겁할 일 中의 朴대통령 초청 목적은 韓美日 안보 결속 흔들려는 것 訪中 앞두고 아베 담화 비판 자제 배려심 보여줬던 朴대통령, 정상회담에도 적극 나서길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
오늘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함께 군사 퍼레이드 열병식에도 참가한다는 말을 듣고 그 영화 장면을 떠올렸다. 이런 시대가 오리라고 과거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미국과 그 동맹국 정상들이 일제히 불참을 결정한 가운데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을 초대하는 데 강하게 집착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시 주석 자신도 바로 몇 년 전까지 ‘몽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위대한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대항하는 정의의 전쟁이었다.”
“중국은 북한과 피로 맺어진 우정을 잊은 적이 없다.”
북-중 양국이 과거 ‘순치(脣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의미)’ 관계로 불린 동맹국인 것은 틀림없지만, 새삼 이 정도까지 그 관계를 찬양하나 하고 놀랐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5년 뒤 중국의 군사 퍼레이드를 열병하는 사람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라고 하니 김일성 주석도 천상에서 기겁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것도 손자가 뿌린 씨앗 때문이다.
시 주석 취임 이후 핵실험을 비롯해 얼마나 중국의 충고를 무시하고 체면을 손상시켜 왔는가. 그 틈을 능숙하게 파고든 박 대통령의 대중 외교는 실로 다이내믹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미국이다. 영화를 떠올릴 것도 없이 그 전쟁에서 미국은 막대한 희생을 치르면서 한국을 지켰다. 그때의 적대국이 지금 세계에 과시하는 군사 퍼레이드에 하필이면 한국 대통령이 참석하니 당황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일본. ‘항일전 승리’를 축하하는 군사 퍼레이드만으로도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데 “한국이여, 너도냐”는 심경이다. 게다가 중국 한국 러시아 등 일본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3국 정상들이 나란히 서면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다.
원래 중국에서 항일 전쟁의 주역은 공산당이 아니라 국민당이었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의기투합해 싸운 것도, 상하이에서 김구 선생 등의 망명 정부를 지원한 것도 국민당의 장제스(蔣介石) 총통이었다. ‘그런데도…’라는 위화감이 미일 양국에 있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중국이 박 대통령을 열렬히 초청한 목적은 명확해진다. 북한을 강하게 견제하는 한편 ‘한미일’의 안보 결속을 흔들려는 것이다. 기회가 되면 미래에 한국을 중국의 영향하에 두고 싶은 것임에 틀림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내놓은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 박 대통령이 비판의 톤을 억제한 것도 한편으로 방중을 앞둔 대일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현명한 판단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이상 이제 한일 정상회담 실현에도 다이내믹하게 나서야 한다. 연기된 한중일 정상회담을 연내에 열기로 합의를 본 것은 좋았지만 그 기회를 빌려 한일 정상회담도 하려는 발상은 주체성이 부족하지 않은가. 9월 유엔 총회 때도 좋으니 우선 한일 정상회담을 연다는 기개를 기대한다.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