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소녀시대’ ‘씨스타’ 같은 국내 아이돌 그룹보다 연령대가 약간 높아 보였다. 그 대신 성숙한 여인의 매력을 풍겼다. 청봉악단의 이름은 백두산 봉우리에서 따왔다. 북 체제가 1939년 항일혁명투쟁에 나선 김일성 빨치산부대의 야영지라고 선전하는 곳이다. 단원들은 김정일 시대에 결성된 ‘왕재산예술단’ 연주자들과 ‘모란봉악단’ 중창단으로 구성됐다.
▷북한 걸그룹의 원조는 20대 여성들로 구성된 모란봉악단이다. 이들이 공연을 가질 때면 젊은 관객들이 무대 앞까지 뛰쳐나와 춤추며 열띤 호응을 보낸다. TV에서 공연을 중계하는 날이면 중년 세대 ‘삼촌팬’들은 귀가를 서두른다고 한다. 밑바닥 ‘팬심’을 휘어잡은 것은 물론 최고통치자의 후광 덕분에 창단 2년 만에 유진아 나유미 등 공훈배우를 두 명씩이나 배출했다. 단원의 가족은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잘되는 평양의 고급 예술인아파트에 사는 특별대우를 받는다.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이 대부분 숙소생활을 하는 것처럼 평양의 걸그룹도 집단생활이 필수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