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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톡톡]“다양한 주제로 재미에 정보까지… 팟캐스트 애청자 됐죠”

입력 | 2015-09-04 03:00:00

“진행도 편집도 내 마음대로… 세상과 소통에 희열 느껴”




  《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바로 ‘팟캐스트’가 있기 때문이지요. 팟캐스트는 인터넷 망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의 합성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치, 시사, 문화, 어학, 종교 등 다루는 주제는 아주 다양합니다. 제작자가 주기적으로 파일을 올리면 구독 신청자의 기기에 자동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 포털인 팟빵에 따르면 국내 팟캐스트는 3일 현재 6544개. 구독자 수가 10만 명을 넘는 팟캐스트도 적지 않습니다. 팟캐스트 내용이 책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죠. 팟캐스트를 접하는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제도권 라디오는 시시해요”

―기존 라디오는 틀에 박힌 방송만 해요. 저는 고민상담 팟캐스트인 ‘김숙과 송은이의 비밀보장’을 자주 들어요. 하찮은 것 같지만 때론 비밀스러운 사연까지 거침없이 나와 재미있어요. 청취자들도 거리낌 없이 성 고민 같은 것을 털어놓는데, 진행자들도 그에 맞춰 시원시원하게 말하더라고요. 이동할 때 듣다가 혼자 피식 웃곤 해요.(25·여·대학생)

―출퇴근하며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들어요. 제도권 라디오에 등장하는 광고가 여기엔 거의 없고,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해외 환율 변동 같은 거시 경제부터 상가 임대 등 소소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주제도 기존 라디오 못잖게 다양해요.(33·연구원)

―TV나 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에서는 사회적 소수자 문제를 많이 다루지 않습니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망치부인의 시사수다’를 듣게 됐는데, 소수자 문제를 종종 소개하더군요. 사회의 다양한 현상과 의견을 접할 수 있는 게 팟캐스트의 매력인 것 같아요. ‘망치부인’보다 정도가 심한 ‘드릴부인’이 나온다고 해도 이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50대들은 팟캐스트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래도 난 열심히 들어보려고 하지요.(57·회사원)

―영화 평론가인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들어요. ‘교양 있는 잡담’을 듣는 느낌이죠. 신간이나 양서를 추천하고, 책의 배경이나 작가에 대해서도 알려주죠. 이 팟캐스트는 편하게만 들어도 지식이 쌓이는 것 같아요.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편인데, 팟캐스트를 듣고 소설 몇 권을 읽기도 했어요.(27·여·대학원생)

―CNN이 제작하는 20분짜리 영어 교육 프로그램인 ‘CNN 스튜던트 뉴스’를 매일 들어요. 미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영어에 대한 감을 잃지 않으려고요. 2년간 매일 들으니 토익 듣기 점수가 올랐어요.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영어학원에 다닐 필요 있나요?(24·여·대학생)

“소통을 위해 팟캐스트 한다”

―기존에 지상파 라디오를 진행했는데, 제가 진행만 하고 편집권이 없었죠. 말하고 싶은 내용이 다 나가지 않거나 편집될 때도 있어서 아쉬웠죠. 그렇다고 교수인 제가 책이나 논문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팟캐스트(‘심리상담소’)를 시작했어요. 팟캐스트는 편집은 물론이고 방향과 분량을 모두 우리가 정하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어요. 최근 공개방송에선 한 청취자가 우리 조언이 도움이 됐다며 장문의 후기를 보내줘서 감동받았답니다. 한 개인이 우리 방송 때문에 변했다는 사실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보람이에요. 팍팍한 세상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깨어 있는 장을 만들고 싶어요. 어릴 때 읽은 만화 ‘20세기 소년’에는 ‘바이러스를 내뿜는 로봇’이 나오는데, 저도 팟캐스트를 통해 나만의 바이러스를 세상에 전파하려 합니다.(54·심리학과 교수)

―중동 전문 팟캐스트인 ‘알 아랍 인 서울’을 진행해요. 아랍어 통·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데, 미디어에서는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단체 위주로 아랍 정보가 나와 아쉬웠어요. ‘이슬람 금융(수쿠크)’ 편이 기억에 남아요. 엄연한 금융 시스템이지만 ‘이슬람’이라는 말이 붙어 선교나 테러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오해를 풀어줬단 평가를 받았어요. 아랍어 해외 연수와 중동 항공사 취업 등 기존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는 주제를 다룹니다. 또 중동 분야 교수를 초청해 전문성을 더했습니다. 인터넷 신문도 발행해 중동 전문 언론사로 거듭나고 싶습니다.(32·알 아랍 인 서울 편집장)

―저는 과테말라 여성이 만든 팔찌 등 남미 수공업품을 국내에 들여와 파는 무역업을 하고 있어요. 제도권 방송을 보니 유럽 등 인기 관광지 위주로 소개될 뿐, 남미 관련 정보는 많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남미 이야기를 들려주자”며 친구와 수다 떨듯 팟캐스트(‘부에나비스타 남미 클럽’·‘부비남’)를 시작했죠. 제발 5명이라도 들었으면 했는데, 어느새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0건이 넘었어요. 홍보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 신기했어요. ‘우리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구나’란 희열을 느꼈죠.(29·사회적 기업가)

―회사에서 입찰 수주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느낀 점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게 계기가 됐어요. SNS상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상황별 대처법 등에 대한 문의가 들어와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됐죠. 청취자들이 황당했던 발표 사연 등을 보내주면 조언을 해주죠. 상황별로 일대일 조언을 해주는 건 기존 방송에서 하기 힘든 일이잖아요. 올해부터 공무원 시험에 스피치 면접이 추가돼서 ‘면접 스페셜’을 했어요. 이 방송을 듣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청취자도 있었어요.(29·여·프레젠터)

“팟캐스트 계속 발전…정보 왜곡 우려도”

―팟캐스트는 내용과 형식이 자유롭습니다. 이 때문에 다양하고 심층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지만 동시에 왜곡 보도가 나올 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요. 특히 정치 팟캐스트에서 이런 우려가 강합니다. ‘나는 꼼수다’는 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가 피부과에서 1억 원을 사용했다는 설을 제기해 소송을 당하기도 했지요. 지금도 일부 팟캐스트에서는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요. 팟캐스트가 발전하고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꼭 풀어야 할 숙제이지요.(31·여·언론학 박사과정)

―팟캐스트 포털인 ‘팟빵’에 등록된 팟캐스트는 현재 6500여 개입니다. 이 중 종교 분야가 1800여 개로 가장 많아요. 앞으로 팟캐스트 시장은 계속 커질 거예요. 어쩌면 FM라디오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봐요. 스마트폰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도 확대되는 추세라 청취자들도 파일을 내려받는 부담이 많이 없어졌죠.(33·태그스토리(팟빵) 대리)

―음악 쪽 일을 하다가 녹음실 일부를 팟캐스트 제작자들에게 대여해주고 있어요. 팟캐스트의 주제가 초창기인 2011년에는 정치, 시사에 집중됐다면 요새는 세분되고 있어요. 영화만 해도 단순히 영화가 아니라 ‘영화 속 건축물’을 다루는 식이죠. 또 전통주나 맥주를 다루는 프로그램도 각 지역의 막걸리와 세계 맥주까지 공수해서 품평할 정도죠.(42·스튜디오 잭팟 대표·연세디지털콘서바토리 겸임교수)

―팟캐스트 제작 스튜디오를 대여해주는 것을 넘어 콘텐츠 제작과 유통, 광고 등을 컨설팅해줍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도 문의를 해요. 개인들도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팟캐스트를 활용해요.(32·‘미디어자몽’ 대표)

오피니언팀 종합·임세희 인턴기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