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방중(訪中) 귀국 비행기에서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 중국과 같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의 핵실험 같은 도발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평화통일뿐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은 옳다. 박 대통령이 미국의 불편한 시선을 무릅쓰고 중국 열병식 참관까지 한 것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협력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에 이르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한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기반의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주변국 특히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두 정상이 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누고 교감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과 중국의 한반도 전략을 어떻게 일치시킬 것인지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중 정상회담 직후인 2일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한반도가 조속히 평화롭게 통일되는 것이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한 반면 시 주석은 ‘한반도가 장래에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했다고 한다. 중국의 신원왕(新聞網)에서 “시 주석은 ‘자주적인 평화통일’ 실현을 바란다고 했다”고 보도한 것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시 주석이 말한 자주적인 통일이 외세 개입 배제를 뜻하는 것이라면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철수를 말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 통일과 다를 바 없다.
한국은 통일의 구체적 방법을 놓고 동맹인 미국과도 아직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단계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아무리 통일의 비전을 강조해도 현실적으론 넘어야 할 산이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여기는 데서 나아가 한반도 전체를 중국의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박 대통령에게 ‘매력 공세’를 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군부에선 작년 2월 한반도 통일에 대해 영토 및 영해 분쟁 철저 해결, 외국군대 철수시간표 제시 등 6대 선결조건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중국의 공식 입장은 아니더라도 한반도 통일을 보는 시각을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통일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 등 대한민국의 안위와 직결된 사안까지 중국과 논의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