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抗日독립의 심장부 찾아 “대한민국 법통이 시작된 곳”

입력 | 2015-09-05 03:00:00

[朴대통령 訪中외교]
朴대통령, 임정청사 재개관식 참석




재개관식 테이프 커팅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김우전 애국지사, 박 대통령, 양슝 상하이 시장. 상하이=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안타깝다. 너무 고생들 하셨다. 고난을 무릅쓰고 나라의 법통을 지키려는 비장한 결의가 느껴져 숙연했다. 그분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2005년 5월 23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중국 충칭(重慶)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이번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상하이(上海) 임정 청사를 찾았다.

백범 집무실 재개관한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내 백범 김구 선생의 집무실. 이 청사는 임시정부가 상하이에 머무는 동안 가장 오랫동안 사용한 건물로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 집필을 시작한 곳이다. 또 한인애국단을 조직해 이봉창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준비한 장소기도 하다. 상하이=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박 대통령은 4일 상하이 임정 청사 재개관식에서 “비록 3층의 소박한 건물이었지만 그곳에서 대한민국의 법통이 시작됐다”며 “중국 내 독립 항쟁 유적 보존과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평화통일을 이루어서 진정한 광복을 완성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으로 1992년 8월 한중 국교 정상화 이후 역대 한국 대통령 5명이 모두 재임 중 한 번씩 상하이 임정을 방문하게 됐다.

이날 행사에는 임정 수반이었던 이승만, 박은식, 이상룡, 김구 선생의 후손과 기념사업회 대표, 김우전 원로 애국지사, 중국인 독립유공자 추푸청(저輔成) 선생의 후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윤봉길 의사의 친손녀인 윤주경 독립기념관장도 함께했다.

○ 동아일보, 윤봉길 의거에 2차례 호외 발간


朴대통령 방명록 박근혜 대통령은 방명록에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이어받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어 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상하이=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폭탄현행범인은 조선인 윤봉길(25)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범인의 근본은 아직 판명되지 안엇스나(않았으나) ○○○○(상해정부)의 일파라고도 한다. 군사령부 발표에 의하면 백천(白川) 군사령관은 좌안(左顔), 대퇴부 등 전신 수개처에 파편을 바덧는대(받았는데)….’

1932년 4월 29일 동아일보는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를 당일 호외를 발간해 보도했다. 의거가 일어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첫 번째 호외에서 거사자가 ‘조선인’, 부상자는 ‘시라카와 대장 및 시게미쓰 공사’라고만 했으나 두 번째 호외에서 ‘윤봉길 이십오세’, ‘시라카와 안면 중상, 시게미쓰 오른쪽 다리 중상, 노무라 사령관 실명 염려…’라고 정확히 보도했다. 당시 열악한 통신 사정과 조선총독부의 언론 검열을 고려하면 신속하고 과감한 보도였다.

재개관된 중국 상하이 임정 청사 3층에는 다음 날인 4월 30일 발간된 동아일보 호외 기사가 전시돼 있다. 전시물의 위치는 윤봉길, 이봉창 의사가 거사 직전 한인애국단 선서문을 목에 두른 채 찍은 사진 두 점 바로 밑이다. 상하이 임정 청사에서 윤봉길 의거 관련 기사는 동아일보 보도가 유일하다. 당시 국내에서 동아일보가 가장 먼저 호외를 발행해 윤봉길 의거 소식을 알렸기 때문이다.

○ 달라진 한중 관계 반영한 유적 복원

김구 선생 흉상 뒤로 대형 태극기 4일 재개관한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1층의 모습.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김구 선생의 흉상 뒤로 대형 태극기 두 개가 교차해 걸려 있다. 왼쪽 벽에는 이승만 박은식 이상룡 등 역대 임시정부 수반의 사진이 걸려 있다. 상하이=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번에 재개관한 임정 청사는 1919년 임정 수립 이후 1926년부터 1932년까지 가장 오래 사용한 임정 건물이다. 중국 내 임정을 대표하며 독립운동의 거점 역할을 했다. 중국에는 상하이 외에 항저우, 창사, 충칭 등에 임정 청사 원형을 복원해 전시실을 운영 중이다. 중국 상하이 황푸(黃浦) 구에 있는 임정 청사는 3층짜리 벽돌 건물로 한때 도시계획에 따라 훼손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상하이를 방문해 탕지핑 황푸 구청장과 청사 전시물 개선에 합의하면서 재개관 사업이 본격화됐다.

상하이 임정 청사 재개관 사업 등은 대부분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들어선 뒤 진행됐다. 2013년 6월 한중 정상회담 때 중국 내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 합의가 성사된 것이 계기였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관계가 얼마나 우호적인지 잘 보여 주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2014년 5월 한국의 요청에 따라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에 광복군 제2지대 표지석을 세웠고 그해 6월에는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설치했다. 당초 한국은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현장에 표지석을 세우자고 요청했지만 중국이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기념관을 만든 것. 그동안 중국은 중일 관계 악화와 소수민족의 역사의식 고취를 우려해 심드렁했던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한국의 항일 관련 역사 현장 보존에 나서고 있다.

○ 복원비 7억 원도 중국이 지원

침대 3개 갖춘 요인숙소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의 직원 숙소를 복원해 놓은 모습. 표지판에는 한자로 ‘要人宿舍’, 한글로 ‘요인숙소’라고 적혀 있다. 숙소에는 침대가 3개 있고, 창가에는 응접탁자 위에 다기세트가 놓여 있다. 상하이=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중국은 이번 상하이 임정 건물 재개관 작업에 든 예산(약 7억 원) 전액을 지원했다. 충칭(重慶)에서는 광복군총사령부 건물의 원형 복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중국 정부와 상하이 시, 황푸 구에 감사를 표했다. 재개관식에 이은 동포간담회에서는 “임정 청사는 조국의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했던 선열의 숨결이 담긴 곳”이라며 “한중 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하는 상하이에서 당당히 삶의 터전을 가꾸고 있는 동포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 통일 시대를 열어 가는 길에도 동포 여러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여러분이 우리의 통일 염원과 정책을 적극 알려 주셔야 중국의 더 큰 협력과 지원도 끌어낼 수 있다”고 호소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김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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