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상담사들이 말하는 ‘지역별 부동산시장 특성’
치열한 분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건설사들이 지역 고객의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아파트 분양업계 관계자들은 “분양시장의 특성이 지방마다 다르다”고 말한다. 아파트 분양 마케팅에도 각 지역 아파트 계약자들의 특성이 고려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가 주목하는 부산 지역 고객의 키워드는 ‘입소문’. 유행에 민감하고 새로운 문화나 트렌드에 개방적인 부산 지역 수요자들은 ‘카더라’ 식의 소문에 민감하다는 게 분양업계의 얘기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분양 소식을 알리는 것이 부산 분양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 롯데캐슬 레전드’의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청약 2개월 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회원제 홈페이지를 열었다. 분양이 시작되기도 전에 8000여 명의 우수 고객이 회원으로 가입해 아파트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아파트의 분양 관계자는 “충성 고객층인 회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90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고 전했다.
호남 지역에서는 건설사들이 수십 년간 한 동네에 살아온 주부들로 홍보단 등을 구성해 동네 민심을 공략하는 ‘인맥 마케팅’을 중시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남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에 오래 거주한 주부들의 영향력이 크다”며 “‘언니,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는 이웃들이 함께 청약에 나서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중흥건설, 호반건설과 같은 토종 기업을 선호하는 현상도 이 지역의 특징으로 꼽힌다.
건설사들의 분양 마케팅이 잘 먹히지 않는 지역도 있다. 충청 지역이 대표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들은 “본보기집을 여러 번 방문하며 신중하게 계약하는 게 충청권 수요자의 특징”이라며 “친척이나 지인, 온라인 마케팅 등으로 청약 바람을 일으키기 어려워 높은 경쟁률로 모두 분양되는 ‘완판’ 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진환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파트와 같은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정보원을 찾기 마련”이라며 “건설사들이 지역 고객의 특성을 파악하고 가장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을 선택하는 식의 ‘시장 세분화 전략’에 매달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