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백신硏 난민촌서 예방활동, “1만명 접종 그쳐… 30만명분 필요”
지난달 30일 네팔 누와코트 주의 한 마을에서 국제백신연구소가 준비한 콜레라 백신을 한 소녀가 복용하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 제공
콜레라는 오염된 환경에서 더러운 물을 사용하거나 손을 잘 씻지 않으면 발생하는 질병으로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한 곳에서 주로 창궐한다. 다행히 지진 이후 콜레라 사망자는 없지만 네팔은 이미 자자르코트 지역에서 2009년 콜레라로 5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콜레라 우범지역’이다.
난민수용소를 찾은 이날은 네팔의 국경일 중 하나인 ‘가이 축제일’. 이 축제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나와 그 슬픔을 춤과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날이다. 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 많은 만큼 수용소 주민들도 축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연구소 직원인 인도계 미국인 의사 사친 데자이 씨(39)는 “관심이 쏠리는 접종 첫날에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축제에 사람들이 몰려 자칫 접종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어떡하느냐”고 우려했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2010년 대지진 이후 콜레라가 창궐해 9000여 명이 사망한 아이티의 경우 지진이 발생한 다음 해부터 본격적으로 콜레라가 시작됐다. 콜레라가 발생한 난민수용소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감염병인 콜레라의 특성상 병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던 것.
연구소는 네팔 역시 유사한 경로로 콜레라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네팔에서는 예산과 백신 부족을 이유로 현재까지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이 1만 명에 불과하다. 백신이 필요한 30만 명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데자이 씨는 “백신 접종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카트만두=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