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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고전과 잘 버무린 맛있는 세계史

입력 | 2015-09-05 03:00:00

◇세계사 브런치/정시몬 지음/536쪽·1만8000원·부키




프랑스 대혁명을 묘사한 그림. 동아일보DB

“한 종류의 권위가 약화되고 만사가 요동치는 가운데, 군 장교들은 당분간 불복종 상태에 머무르면서 심각한 내분에 휩싸이다가, 마침내 군인들을 회유할 줄 알며 진정한 지휘력을 갖춘 어떤 인기 있는 장군이 나타나 모든 이들의 주목을 함께 받을 것이다. 군대는 그의 개인적 능력 때문에 복종할 것이다.”

1790년 영국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가 쓴 ‘프랑스혁명의 성찰’의 한 대목이다. 1790년이라면 파리 시민들이 바스티유를 함락한 직후로 루이 16세의 처형이나 자코뱅파의 공포정치 등이 나타나기 전. 버크는 프랑스의 혁명적 상황을 정리할 군인을 예언하듯 적었다. 그 군인은 바로 나폴레옹.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역사 원전 45권의 주요 대목을 보여주며 그를 바탕으로 고대 이집트 문명부터 프랑스혁명까지 세계의 역사를 정리했다. 여기에 해당 역사적 사건과 엮여 있는 문학작품이나 에피소드 등을 넣어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면 8세기 서유럽을 통일한 샤를마뉴의 얘기를 하면서 모리스 르블랑의 뤼팽 시리즈 중 하나인 ‘하트의 세븐’이나 알퐁스 도데의 단편 ‘별’에 샤를마뉴가 나온다고 하는 식이다.

45권의 원전은 헤로도토스의 ‘역사’, 기원전 5세기 집대성된 인도의 국민 서사시 ‘마하바라타’,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 사마천 ‘사기’ 등 역사책의 고전이 거의 망라돼 있다. 여기에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등 일반 역사서도 포함됐다.

이해하기 쉽게 썼다는 의미에서 제목에 브런치라고 했지만 대충 씹고 삼킬 일이 아니다. 꼭꼭 씹어 먹을 만하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