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낚싯배 전복] 구조자 박복연-김용자 부부와 생존자들이 전한 ‘11시간 사투’
돌고래호 생존자 3명을 구조한 97흥성호 선장 박복연 씨(왼쪽)와 부인 김용자 씨. 박복연 씨 제공
○ 구명튜브 수십 차례 던지며 생존자 구조
김모 씨(47·부산)가 선체 위로 올라가 두 손을 크게 흔들었다. 11시간 가까운 사투 끝에 이제 살았다 하는 희망의 빛이 보였다. 어선도 이들을 발견한 듯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97흥성호(9.77t)였다. 이때가 6일 오전 6시 25분.
바다에는 거친 파도가 일었다. 추자도 주변은 전날 오후부터 강풍이 불고 천둥 번개까지 치는 등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았다. 부인 김 씨는 줄에 묶인 구명튜브를 돌고래호 쪽으로 던졌다.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파도 때문에 좀처럼 구명튜브는 사람들에게 닿지 않았다.
박 씨는 10여 차례 시도한 끝에 97흥성호를 돌고래호 10m 거리까지 접근시킬 수 있었다. 자칫하면 배가 충돌할 수 있었지만 상황은 절박했다. 사람부터 구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김 씨가 다시 돌고래호를 향해 구명튜브를 던지길 수차례. 10여 분 만에 배에 매달려 있던 1명에게 겨우 튜브가 닿았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체온이 내려가 벌벌 떨고 있는 남성을 박 씨 부부는 선실로 데려간 뒤 이불과 옷을 덮어줬다.
그렇게 30여 분. 박 씨 부부는 돌고래호에 매달려 있던 3명을 모두 구조했다. 마침 주변을 수색 중이던 해경 경비함정에 이들을 안전하게 넘긴 뒤에야 박 씨 부부는 긴장의 끈을 놓았다. 김 씨는 파도에 수도 없이 휘청거리다 배에 여러 번 부딪쳐 온몸이 시퍼렇게 멍든 사실도 그제야 알았다.
구조에 온 힘을 쏟느라 탈진한 김 씨 역시 “해상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 도리어 실종자, 사망자 분들에게 미안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씨 부부는 추자도에서 일단 몸을 추스른 뒤 원래 사는 곳인 전남 완도항으로 귀항할 예정이다.
생존자 긴급이송 돌고래호 전복 사고 생존자들이 6일 오전 제주 제주시 제주한라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모습. 채널A 화면 캡처
이렇게 박 씨 부부가 생존자들을 구조하기까지 뒤집힌 선체에 매달려 있던 이들은 11시간 가까이 암흑과 차가운 바닷속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사고 당시 돌고래호 내부 선실에서 쉬고 있던 이모 씨(49)는 “출발한 지 20분쯤 지났는데 ‘쾅’ 소리가 나며 배가 옆으로 완전히 뒤집어졌다. 잠을 안 자고 있어서 바로 밖으로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휴대전화, 자동차 키 등 소지품을 모두 바다에 던졌다. 무게를 줄여 몸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씨는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로의 뺨을 때리며 ‘날이 밝으면 헬기가 뜰 테니 1시간만 참자’며 버텼다”고 전했다.
추자도=유원모 onemore@donga.com / 제주=김호경 / 해남=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