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9월의 주제는 ‘허례허식’]<170>허리 휘는 결혼식 ‘스드메’
김 씨는 “주머니 사정은 뻔한데도 대충할 수는 없었다. 싼 것(드레스) 입으면 ‘시집 못 갔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 여배우가 입었던 브랜드의 웨딩드레스를 500만 원 주고 빌렸다. 스튜디오는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아 300만 원의 할인된 비용을 내고 촬영했다. 결혼 당일 메이크업도 100만 원을 넘게 들여 했다. 김 씨는 “지나고 나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남는 건 영수증들뿐이었다”며 후회했다.
김 씨처럼 ‘남의 시선’을 못 이기고 결혼 전 무리하게 웨딩드레스 대여, 스튜디오 촬영, 메이크업 비용을 들였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저렴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예비부부들도 늘고 있다. 올 12월 결혼을 앞둔 박모 씨(30·여)는 “언니는 호텔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브랜드의 드레스를 빌렸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며 “그 비용은 차라리 결혼 후 알콩달콩 사는 데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예비부부들이 결혼을 앞두고 ‘스드메’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가격도 제품도 천차만별인 데다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결혼인데 예식을 허리가 휠 정도로 준비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신부가 아름다운 이유가 ‘고가의 드레스’라고 답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싶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