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
아이러니하게 이 같은 현상은 모두 ‘치매’와 관련 있다. 고령화는 치매의 주요 원인이고, 노인 부부세대와 홀몸노인의 증가는 치매의 조기 발견을 어렵게 한다. 얼마 전 중년 부부가 어머니를 모시고 진료실을 찾았다. 어머니는 시골에 거주하고 부부는 도시에 살면서 1년에 한두 번씩 명절에 만나는 전형적인 노인 부부세대였다. 이 부부는 어머니의 이상 행동을 이웃들로부터 전해 들은 터였다. 진찰 결과 어머니는 이미 치매 중기였다. 아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연로한 아버지는 ‘나이 들면 다 그래!’라며 무심히 지나친 탓에 병을 키운 상황이었다. 조기에 발견했으면 어머니의 미래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치매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한 사람의 자녀로서 안타까움을 넘어 고통스러웠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치매는 원인에 따라 완치가 가능하기도 하다. 퇴행성 치매도 조기에 발견하면 적절한 약물로 진행을 완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완치를 목표로 하는 많은 신약들도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치매를 간단히 테스트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다. 온 가족이 모여서 게임 삼아 즐기며 검사해 보면 좋다. 이번 명절만큼은 부모의 행복하고 건강한 미래를 위해 ‘사랑목’이 돼 보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