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
재지 않고는 사람살이도 사회 운영도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늘 한 길 사람 마음속을 헤아리며 살아간다. 그러지 않으면 삶은 모든 관계를 잃고 충돌과 고립에 빠질 것이다. 또 가진 바 성품과 능력을 알지 못하면, 누가 어느 자리에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사회가 인도하고 지정해줄 수도 없을 것이다. 바다를 재보려는 일도 이처럼 앎의 욕구에 따른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엔 잴 수 없는 것도 있다. 소수점 이하까지의 허망한 수치로 학업능력을 측정하여 어떤 학생은 대학에 보내고 어떤 학생은 학원으로 보내는 것은 얼마나 정확한 판정일까. 시험과 평가는 사람의 자질과 집단의 역량을 아주 쉽게 재단하는 불가능을 보여준다. 현실 논리와 실용의 눈금으로 잴 수 없는 것은 인간 자체인데도 우리는 인격 대신에 소유를, 실력 대신에 출신을 근거로 사람의 전부를 평가하며 살아간다. 사람을 계량하고 판단하고 사용하자는 생각이 지배 이념이 되었다. 척도의 타당성도, 제도의 공정성도 믿기 어려운 판국에 혼란과 다툼이 넘쳐난다.
이영광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