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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녕]인해전술의 진화

입력 | 2015-09-07 03:00:00


1958년 중국에서 인민의 곡식을 약탈한다는 죄로 참새 섬멸 작전이 벌어진 적이 있다. 4월 19일 오전 4시 베이징 시민 300만 명이 동시에 투입돼 함성과 함께 소리 나는 것들을 마구 두들겨 댔다. 놀라 허공으로 날아올랐다가 추락한 참새들에게 회초리 세례가, 나뭇가지 등에 앉은 참새들에게는 돌멩이와 총탄이 날아들었다. 곳곳에 독이 든 먹이도 놓았다. 섬멸 작전이 전 대륙으로 확산되면서 그해에만 2억1000만 마리의 참새가 소탕됐다(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 참고). 참으로 인구대국(大國)다운 발상이다.

▷백선엽 장군이 증언하는 6·25전쟁 당시의 중공군은 ‘지긋지긋함’과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들은 낮엔 유격전으로, 밤엔 나팔 피리 꽹과리로 기괴한 소리를 내며 기습했다. 밤낮 없는 공격으로 국군과 유엔군을 괴롭혔다. 정면보다는 측면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접근하는 등 움직임도 늘 예상을 비켜 갔다. 교묘한 전법의 인해전술이었다. 그런 중공군 약 30만 명이 투입됐다. 결국 그들로 인해 유엔군은 후퇴하고 한반도는 허리가 끊겼다.

▷중국은 3일 전승절 열병식에서 40여 종 500여 개의 무기를 선보였다. 규모도 엄청나지만 항공모함 킬러 미사일, 20시간 연속으로 4000km까지 비행 가능한 무인기, 최대 100개 목표물을 동시 추적할 수 있는 조기경보기 같은 무기의 수준이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톈안먼 광장에서 선보인 무기는 중국 군사력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현재 중국의 국방예산은 공식으로 179조 원, 비공식으로는 258조 원으로 추정된다. 미국보다는 적어도 한국 일본 러시아 인도의 국방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의 열병식을 보면서 ‘인해전술에서 무기전술로의 진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30만 병력 중 30만 명 감축을 선언한 것도 ‘머릿수’가 아니라 최신 무기로 무장한 인민해방군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일 것이다. “중국은 결코 패권주의나 팽창주의를 모색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 주석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주변국들은 우려와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