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당분간 집값 급등 없다… 월세가 임대차시장 중심될 것” 집 구하려면 가급적 전세가 유리… 월세는 월세전환율이 5%이하로
홍수용 기자
결혼 13년 만에 6번째였다. 2년에 한 번꼴로 셋집을 옮겨 다닌 기자와 기자의 아내는 스스로를 ‘전세의 달인’이라고 여겼지만 이번 상대는 차원이 달랐다. 가는 곳마다 월세였고 전세는 씨가 말라 있었다. ‘월세라도 할까’ 생각할 때쯤 ‘다달이 월세 잘 들어왔는지 신경 쓰는 게 귀찮아서 전세로 하겠다’는 집주인을 운 좋게 만났다. 토요일 오전에 집 보고 그날 저녁 계약하기까지 8시간 걸린 초스피드 거래였다. 운과 스피드가 없었다면 기자는 지금도 ‘전세 난민’일 것이다.
기자는 평소 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이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실제 셋집을 구할 때가 되자 본능적으로 전세만 찾았다.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더 내는 게 낫지, 다달이 수십만 원씩 월세를 내는 건 손해라고 봤다.
우선 현 금리 상황만 놓고 보면 분명 전세는 월세보다 유리하다. 예를 들어 현금 2억 원이 있는 A 씨가 1억 원을 은행에서 빌려 3억 원짜리 전세금을 내는 조건과 보증금 2억 원에 매달 월세를 내는 조건을 비교해보자. 현재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금리는 연 3% 안팎이므로 A 씨가 전세계약을 하면 한 달에 25만 원 정도 이자를 낸다. 반면 보증부 월세라면 보증금 2억 원에 월세로 47만∼88만 원을 낸다. 전세가 월세보다 매달 20만 원 이상 이익이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결론은 너무 뻔하다.
시간표를 길게 늘려 보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연말 이후 국내 금리도 덩달아 오른다면? 정부가 월세 세액공제 혜택이 실질적으로 세입자에게 돌아가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율인 월세전환율을 인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전세자금 대출금리가 오르는 반면 월세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길게 본다면 전세만 고집할 일만도 아니다.
자, 이제 상대적 강자인 집주인 쪽도 생각해보자. 집주인은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한다. 월세전환율을 가급적 높이려고 한다. 현재 임대차시장에서는 월세와 전세 비중이 6 대 4 정도 된다. 월세전환율은 7월 기준 수도권은 연 6.9%, 지방은 연 8.5% 수준이다. 이런 숫자에서 집주인이 세입자보다 힘이 더 센 ‘임대인 주도 시장’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임대차시장은 매매시장과 연결돼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주택 매입에 불안감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리기 시작하면 집주인과 세입자가 힘의 균형을 이루기 시작할 것이다.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까? 굳이 전문가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단기간 급등한 집을 사겠는가’ 하고 물어보면 된다. 집값은 크게 오르기 어렵다. 그 결과 월세가 점점 임대차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다.
세입자에게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가급적 전세를 잡아라. 단, 전세금과 집주인이 은행에서 빌린 주택담보대출금의 합계가 매매가의 80% 이하라야 한다. 최악의 경우 집이 경매에 넘어갈 때 낙찰대금에서 전세금을 돌려받으려면 이 선을 넘으면 안 된다. 둘째, 월세전환율이 낮은 월세를 고르라.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월세전환율이 4% 이하라면 좋은 조건이고 5%만 돼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집 구하는 데 이런 돈과 관련된 조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자의 주말 계약은 전세금 비중이 높은 편이다. 최선의 계약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8차선 이상의 도로를 건너지 않고 통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 부부만의 조건에 딱 부합한 차선쯤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