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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이행관리원 ‘양육비 전쟁’ 百態

입력 | 2015-09-07 15:24:00

[신동아 9월호/현장 르포]
법원 판결 뭉개고 포기각서 되살리고
지난 3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개원하자 이혼 후 양육비 문제로 고민하던 한부모가정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양육비를 주지 않던 이전 배우자 일부가 태도를 바꾼 것. 그러나 마음 떠난 전 배우자에게서 돈을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 같아선 하루 열두 번도 더 이혼하고 싶다”는 윤정연(가명·47) 씨. 그가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 남편과 선뜻 갈라서지 못하는 건 갈수록 늘어나는 중학생 딸의 교육비 때문이다.

“내가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버는 돈이 100만 원이 안 된다. 그걸로 생활하며 아이 키우기 버겁다. 남편 월급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생활비를 달라고 하면 ‘네가 벌어서 쓰지, 왜 내 돈을 달라느냐’는 식이다. 그래도 부부로 묶여 있으니 닦달을 하면 몇 십만 원이라도 내놓는다. 저축해둔 돈도 없고, 이혼하면 지금 주는 돈마저 안 줄 거다. 아이 클 때까진 참아야지….”

여성가족부의 2013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혼 후 전 배우자로부터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지급받는 경우는 5.6%에 불과했다. 83.0%는 이혼 후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이혼을 망설이는 윤씨의 태도에 공감이 간다.

지난 3월 25일, 미성년 자녀를 키우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겨워하는 57만(여성가족부 추산) 한부모가구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이행법)에 따라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이 개원한 것. 이행원은 자녀가 만 19세 미만인 이혼 또는 미혼 한부모가족, 손자·손녀를 양육하는 조손가정, 만 22세 미만 취학(대학생 포함) 자녀를 둔 한부모가족(군 복무 후 복학한 경우 만 22세+군복무 기간) 양육자가 양육비 이행서비스를 신청하면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 상담, 협의 성립, 법률 지원, 채권 추심, 사후 모니터링 등을 지원한다.

양육비 포기각서 썼더라도…

사업에 실패하고 지난해 8월 이혼한 신모(55) 씨는 고교생 자녀를 홀로 키운다. 이혼 재판 당시 매달 5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한 전 부인은 양육비를 한 번 주고 끝이었다.

“여러 차례 양육비를 달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사업할 때 아이 엄마 명의로 대출받은 게 있는데, 그걸 양육비와 상계하자고 했다. 당장 빚 갚을 형편이 못 되지만 아이한테 들어갈 돈이 꼭 필요해 절박한 심정으로 이행원에 도움을 청했다.”

이행원의 도움으로 신씨는 전 부인으로부터 밀린 양육비 일부를 일시금으로 받고, 두 달째 매달 40만 원의 양육비를 받았다. 이행원 개원 4개월여 만에 신씨처럼 양육비를 지급받게 된 사례는 124건, 액수는 3억5000만 원이다. 같은 기간 이행원에 쏟아진 상담 건수는 1만8280건으로 하루 평균 140여 건. 그중 양육비 이행서비스 신청이 4264건이다. 월 20만~30만 원의 양육비도 절실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

전국 한부모가족 가구주 2522명을 대상으로 한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가족의 취업률은 86.6%, 월 평균소득은 172만 원이다. 이들 중 57.8%가 전·월세(공공임대 포함)에 살고, 18.6%는 가족이나 친지, 친구 집을 전전하며 얹혀산다. 이행원에 따르면 4200여 명에 달하는 신청인 중 양육비 이행서비스 지원 1순위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 대상자가 43%를 차지한다. 가구소득이 전국 가구평균소득의 70% 이하로 2순위에 해당하는 신청인도 17%에 달했다.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전 부인 또는 전 남편의 가정형편과 생활수준이 어떨지 뻔히 짐작하면서도 양육비를 주지 않거나 받지 못한 사람이 10명 중 8, 9명꼴이다. 이혼 후 10년간 양육비를 못 받다 2년 전부터 매달 30만 원씩 받아온 지모(44)씨는 이행원을 통해 양육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단박에 거절당했다. 이혼할 때 지씨가 써준 각서가 화근이었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아이를 내놓지 않으려 해서 ‘양육비는 필요 없으니 아이만은 내가 키우게 해달라’며 각서를 써줬다. 결혼 전에 직장생활을 한 경험을 믿고 재산 분할은커녕 위자료 한 푼 안 받고 아이와 단둘이 맨몸으로 나왔다. 설마 내 손으로 벌어서 아이 하나 못 키우겠나 싶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행원 법률지원팀 노지선 팀장(변호사)은 이렇게 설명한다.

“양육권을 확보하려고, 혹은 우선 헤어지고 보자는 생각에 양육비 포기각서를 써준 경우 전 배우자에게 차마 양육비 달라는 소리를 못해 고민하다 이행원을 찾는다. 법이 바뀌어 2008년 6월부터 이혼숙려제도가 도입됐고, 이후 양육비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이혼이 가능하다. 이때 양육비부담조서를 작성하는데, 법적 효력은 있지만 사정이 생겼다면 양육비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 구두 약속이나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고, 공증 받은 각서는 양육비부담조서와 마찬가지로 사정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다.”

재혼 후 전 배우자와 연락을 끊고 살면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혼 당시 자녀양육권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후 경제 상황이 바뀌어도 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요구할 생각도, 줄 생각도 않는 사례 또한 많다.

4월 15일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양육비이행지원제도의 조기 정착과 발전 방향 포럼’.

“애들 엄마가 신청서 냈나요?”

남편의 폭력과 알코올 중독 문제 등으로 가정불화를 겪는 경우 한시라도 빨리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양육비를 포기한 채 이혼하는 경우도 있다. 폭행을 일삼는 남편과 시어머니 때문에 두 자녀를 두고 쫓겨난 민모(38) 씨는 아이들을 되찾기 위해 남편을 형사 고소하는 한편 이혼 소송을 청구했다. 그는 양육권과 친권을 갖는 조건으로 형사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양육비는 포기했다. 그러다 이행원을 통해 매달 100만 원의 양육비를 받게 된 민씨는 “이행원이 없었다면 양육비 받아낼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협의가 진행되는 중에 전남편과 한 번도 만날 일이 없어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이행원 양육비상담팀 노현선 팀장(변호사)은 “지금 초·중학생을 키우는 부모 중엔 2000년대 초반에 이혼한 사람이 많은데, 당시엔 ‘이혼에 이의 없다’며 도장만 찍으면 곧바로 협의이혼이 이뤄져 양육자가 양육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가족 중 모자(母子)가구는 63.1%, 부자(父子)가구는 36.8%다. 이혼 후 어머니가 자녀를 맡는 경우가 훨씬 많고, 아직 우리 사회는 남자가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양육비=아버지 몫’이라는 사고가 보편적이다. 이 때문에 양육자가 아버지인 경우 전 부인에게 양육비를 요구할 생각을 않거나, ‘양육비는 여자가 남자한테 청구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재혼한 남편의 전처 자녀 양육비 문제로 남편과 다퉜다는 여성은 이행원에 전화를 걸어 “여성가족부는 왜 이행원을 만들어 사람을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남편 벌이가 시원찮은데 전처 자식들 양육비까지 주고 나면 우린 뭐 먹고사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혼한 뒤 유치원생 자녀를 기르는 김모(32) 씨는 이행원이 생기자 곧바로 신청서를 냈지만 얼마 뒤 보류를 요청했다. 그는 “이행원 설립과 관련된 신문기사를 본 전남편이 6개월치 양육비 300만 원을 한꺼번에 입금했다. 양육비를 안 주다 이행원 개원 소식에 겁이 난 모양”이라고 했다. 지레 “애들 엄마가 혹시 신청서를 냈느냐”고 물어온 남편도 있다.

“연락을 끊고 살던 이혼 부부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오전에는 남자가, 오후에는 여자가 상담 전화를 걸어온 경우도 있다. 비양육 부모의 연락처를 양육자가 모르면 법을 통해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그런 수고 없이 두 사람을 연결해서 협의를 끝냈다. 비양육 부모 중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많지만 공무원, 변호사, 의사, 교사, 대기업 직장인 등 번듯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일수록 양육비를 떼먹는 파렴치한 아빠로 낙인 찍힐까봐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노현선 양육비상담팀장)

이렇듯 자발적으로 양육비를 주겠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마지못해 협의에 응하다 갑자기 연락을 끊거나 시간을 끌기도 한다. 이 경우 신청인이 소송과 채권추심 등 법적, 강제적 절차를 원하면 이행원은 법률 지원, 채권 추심 지원에 나선다. 그러나 채권 추심 과정의 어려움도 크다. 정홍길 채권추심지원팀장의 설명이다.

3월 개원한 양육비이행관리원.



양육비 거부 = 악성 채무

“이행원은 법무부, 검찰, 경찰 등 관계기관에 인력 파견을 요청하는 등 채권 추심을 위한 ‘현

장기동반’을 꾸리는데, 기동반이 만들어질 때까지 손놓고 기다리기에는 당장 몇 십만 원이 아쉽고 절박한 사람이 너무 많다. 지방의 한 채무자는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었는데, 재산도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양육비를 지급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 법적 구속력을 갖추려면 양육비 이행 합의서를 작성하고 공증을 받아야 하지만, 채무자를 너무 압박하면 숨어버릴 수도 있기에 시간을 두고 몇 차례 만나볼 생각이다.”

현재 추심지원팀이 맡은 사건은 2200여 건에 달한다. 그 가운데 70% 가량은 이행원과 업무협약을 맺은 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외부 법률구조기관에 위탁했다. 정 팀장은 “양육비를 안 준다는 것 자체가 악성 채무다. ‘할 테면 해봐라’ ‘배 째라’고 막무가내로 나오거나 ‘당신들이 뭔데 돈을 주라마라 하느냐’며 고함치는 사람도 있다. 악성 채무자 상대의 채권 추심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 나갈 때마다 채무자를 자극하지 않으려늘 대비하고 조심한다”고 했다.

이행원 실무자들이 답답해하는 부분은 양육비에 대한 잘못된 인식. 이행원에서 연락했을 때 비양육 부모들이 보이는 가장 흔한 반응은 “이혼한 여자(남자) 생활비를 왜 내가 대줘야 하느냐”이다. “아이한테 쓴다는 핑계로 돈을 받아 딴 데 쓰는지 어떻게 아나” “양육비를 매달 부담하겠다는 조서를 써내야 이혼 판결이 난다고 해서 억지로 써줬다. 애초부터 양육비를 줄 마음이 없었다” “양육비 안 주려면 내가 키우면 되는 거냐” 등 반응도 다양하다.

이행원 협의성립지원팀 홍소은 전문위원(변호사)은 “양육비를 이혼한 전처 또는 전 남편에게 주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홍 위원은 “양육비에 대해 처음부터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비양육 부모는 1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 양육비는 자녀 복리와 직결되는 만큼 양쪽이 동반자적 관점에서 해결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지선 팀장은 “엄밀히 따지면 양육비는 자녀에게 필요한 돈이기 때문에 부모가 ‘준다’ ‘안 준다’고 할 권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거지 알려질까 포기하기도

상담이나 협의 과정에서 양육비를 스스로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박모(47) 씨는 “맞아죽기밖에 더 하겠느냐”며 용기를 내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채권추심 과정에서 더 이상의 지원을 거부했다. 강제집행에 들어가면 자신과 대학생 자녀가 살고 있는 거주지가 전남편에게 노출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전남편은 이혼 전 박씨를 폭행한 혐의로 형사입건돼 벌금 30만 원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이혼 청구와 함께 양육비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도 박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전남편은 양육비를 주지 않았고, 그가 두려운 박씨는 연락을 끊고 지냈다.

노지선 팀장은 “가정폭력을 겪은 신청인의 경우, 가해자에게 거주지가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받는 성폭력 피해자들처럼 법을 보완해 박씨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상담 과정에서 신청서 제출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맞춤형 급여체계로 개편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가구마다 정해진 소득 인정액이 있어 수입이 이 기준을 초과하면 예외 없이 수급 대상에서 탈락했다. 그래서 양육비 때문에 수급 자격을 박탈당할까 염려한 사람들이 이행원 도움을 포기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매달 받는 양육비 액수가 미미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하진 않더라도 소득이 늘어난 만큼 수급액이 깎이는 구조 때문에 양육비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고교생 자녀를 홀로 키우는 이모(45)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말 그대로 겨우 기초생활만 보장받는다. 월 10만~20만 원이라도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면 숨통이 좀 트일 텐데, 수급비에서 그만큼 깎는다면 평생 바닥에서 헤매란 말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전적 요인으로 강박증을 앓는 남편과 어렵게 이혼한 뒤 두 아이 양육비를 둘러싸고 소송을 준비하는 등 갈등을 겪은 김모(38)씨는 전남편으로부터 양육비 받기를 포기할 즈음 이행원 개원 소식을 들었다. 이후 이씨는 밀린 양육비를 한꺼번에 받은 데 이어 매달 200만 원의 양육비를 받고 있다.

“이행원이 없었다면 못 받을 돈이었다. 다행히 내 문제는 해결됐지만, 제출 서류가 너무 많다거나 신청은 이행원에 했는데 다른 기관으로 넘기거나 소송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행원에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을 신청하려 해도 조건이 까다롭고 액수가 최대 20만 원밖에 안 돼 큰 도움이 안 된다. 그마저 한부모가족지원 대상으로 매달 받는 돈이 있으면 그만큼 깎고 준다.”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은 이행원에 신청서를 낸 경우, 집행권원(執行權原)이 있는 양육비 채권자,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른 위기가정, 한부모지원법에 따른 지원 대상자 등 5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6개월(최장 9개월) 동안 매달 10만~2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씨는 “한시적 조치보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쓰는 걸 막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하는 등 정부가 좀 더 강력하게 제재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선희 양육비이행관리원장 인터뷰▼


“양육 채무자 조사·제재 권한 확대해야”

이선희 양육비이행관리원장은 “부모의 이혼 여부와 관계없이 한부모를 도와 아이들을 잘 길러내는 게 결국 국가가 잘되는 길”이라며 “그 토대를 닦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행원이 다 해줄 줄 알고 기대했는데 실망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혼하면 서로 연락을 끊어 양육자가 전 배우자의 주소나 연락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임의로 비양육 부모의 주소를 알아낼 수 없다. 이행원 협의과정을 거친 합의서도 공증을 받으면 집행권원이 되는데, 비양육 부모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합의서를 작성할 수 있다. 집행권원이 확보돼도 지급 능력을 알아보려면 양육비 채무자의 재산·소득·금융조사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법적으로 본인 ‘동의’를 구해야 한다. 누가 쉽게 동의하겠나. 정부와 관계기관에 자료를 요청해도 ‘당사자 동의를 받아오든지 법을 바꾸라’고 한다. 관련 법조항이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할 뿐 강제성을 명확히 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행원이 소재 파악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집행권원이 있으면 채무자 동의 없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

-채무자가 끝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단계마다 법원을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법원을 거쳐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이행원을 따로 둘 이유가 없다. 또 다른 불만은 우리 지부나 분원이 없는 데서 발생한다.”

-이행원은 서울에 있으니….

“업무협약을 맺은 외부 법률구조기관은 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세 곳이다. 지방 사건은 전국에 지부를 둔 이 세 기관에 위탁한다. 그러다 보니 ‘이행원에 신청서를 냈는데 왜 딴 곳으로 떠넘기고 사람을 오라 가라 하나’ ‘서류를 이미 제출했는데 가는 곳마다 또 내라고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신청인이 서류를 빠뜨리는 경우도 있고 협의성립, 법률, 채권추심 등 지원 단계마다 필요한 서류가 있다는 걸 잘 모르기 때문이다. 위탁기관은 고유 업무가 있어 양육비 사건에만 집중할 수 없다. 최소한 광역 시도에는 지부가 있어야 한다. 전자소송을 할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도 절약될 텐데 지금은 못하고 있다.”

“전자소송 가능해야”

-가사·민사 사건은 전자소송이 가능한데 왜 못하나.

“전자소송을 하려면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한다. 공인인증서를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하는데, 이행원은 독립된 공공기관이 아니라 사업자등록증을 낼 수 없다. 우리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내 기관이고, 예산 집행과 운영은 진흥원 몫이다. 진흥원은 건강가정진흥법에 의해 설립돼 소송 업무는 할 수 없다. 양육비 이행 지원서비스 실무만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 소속은 상관없으니 전자소송이 가능하도록 이행원이 독립해야 한다.”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제재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행법상 세금환급금 압류, 신용정보회사 등에 체납자료 제공 같은 제재가 있지만, 선진국처럼 여권발급 거부, 운전면허 정지, 출국 금지 등 행정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에 앞서 양육원은 비양육 부모가 자발적으로 양육비를 주도록 부모로서의 책임강화를 위해 노력하려 한다. 양육비에 대한 인식 제고에도 힘을 쏟겠다.”



박은경 객원기자 | siren52@hanmail.net
<이 기사는 신동아 2015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