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홍 지사는 행사 전 골프가 ‘국민 스포츠’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무원들에게 “앞으로 자기 돈 내고 실명(實名)으로 당당하게 치라”고 말했다. 국내 500개 골프장의 연간 내장객은 3314만 명. 골프 인구는 1년 이내 골프 경험자(골퍼) 기준으로 300만 명 선이다. 실내에서 즐기는 스크린골프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과연 홍 지사 말대로 골프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일까. 대중(퍼블릭) 골프장 18홀을 기준으로 평일은 12만 원, 주말은 18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번 대회가 열린 골프장은 주말에 21만∼25만 원이다. 식비와 차량 운행비를 제외한 액수다. 골프장 식음료 가격은 최고급 호텔과 맞먹는다. 500원짜리 생수를 2000원 이상 받기도 한다. 라운딩에는 시간도 많이 걸린다. 1회에 20만∼30만 원, 7∼9시간을 써야 한다면 결코 ‘대중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번 대회에도 총액 4000만 원 이상이 지출됐다.
등록 재산 29억5000만 원(2014년)인 홍 지사를 포함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은 연간 수십 차례의 골프라도 큰 부담은 아니다. 기관장 할인 혜택을 주는 곳도 있고 회원권을 보유한 공공기관도 적지 않다. 100만 명 안팎의 공무원 평균 연봉이 5600만 원(기준소득월액 기준)이라지만 아직은 자비를 들여 골프 치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골프는 대중 스포츠이므로 공무원이 즐겨도 된다”가 아니라 “빠듯하지만 이제 공무원도 골프를 칠 수 있는 수준 아니냐”고 따지는 편이 낫다.
역대 정부는 툭하면 공무원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기강을 잡는 데도 골프를 끌어들였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홍 지사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이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이 골프 대중화의 지표일 순 없다. “대중화로 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뚝심이든 오기든 홍 지사는 사상 첫 공무원골프대회 개최자로 남게 됐다. 그가 시대의 흐름을 한발 앞서 읽은 것인지, 아니면 민심을 역류한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골프를 ‘국민 스포츠’라고 우기며 등산, 축구와 동일시하는 주장은 접었으면 좋겠다. 그건 서민과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세상이 항상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