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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장 오래된 한민족 얼굴은 ‘상투 튼 고조선인’

입력 | 2015-09-08 03:00:00

기원전 6세기 무렵 귀족 조각상… 中 랴오닝성 랴오양박물관서 확인
광대뼈, 낮은코, 두툼한 얼굴윤곽… 현존 부여 인물상보다 700년 앞서




묘하게 닮은 고조선-부여 시대 얼굴 중국 랴오닝 성 랴오양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청동도끼 거푸집의 고조선인 얼굴. 기원전 5, 6세기에 제작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민족의 얼굴로 보인다. 상투를 틀기 위해 머리를 묶어 올린 것이 부여 금동 가면(위쪽 작은 사진)에서도 발견된다. 이종수 단국대 교수 제공

가장 오래된 한민족의 얼굴을 찾았다.

동아일보와 경희대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답사팀은 중국 랴오닝(遼寧) 성 랴오양(遼陽) 박물관에서 기원전 5, 6세기 청동 도끼(銅斧·동부) 거푸집에 새겨진 고조선인의 얼굴을 최근 확인했다.

강인욱 경희대 교수(북방 고고학)는 “거푸집 얼굴은 기원전 5, 6세기 고조선인의 것으로 보이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민족의 얼굴”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우리 민족의 얼굴로 알려진 서기 2, 3세기 부여 금동 가면보다 최소 700년 이상 시기가 앞서는 것이다.

이 거푸집은 길이 12.7cm, 너비 7.6cm, 두께 5cm의 활석(滑石)으로 만들어졌으며, 1990년 랴오양 시 타완(塔灣) 촌에서 발견됐다. 내부에는 부채 도끼(扇形銅斧·선형동부)와 동끌(銅鑿·동착)을 주조할 수 있는 틀이 갖춰져 있다.

특히 상투를 틀기 위해 머리를 묶어 올린 인물상이 거푸집 표면에 양각으로 조각돼 눈길을 끈다. 튀어나온 광대뼈와 낮은 코, 전체적으로 두툼한 얼굴 윤곽 등이 전형적인 북방 몽골로이드형 얼굴이라는 평가다. 이종수 단국대 교수(고고학)는 “기원전 5, 6세기 고조선을 제외하고 중원이나 다른 북방 민족들은 상투를 틀지 않았다”며 “거푸집에 표현된 인물은 고조선 사람”이라고 말했다.

거푸집과 더불어 비파형동검이 함께 출토된 것도 고조선인의 얼굴임을 뒷받침한다. 비파형동검은 미송리식 토기, 탁자 모양 고인돌과 더불어 고조선의 대표적인 유물로 꼽힌다.

랴오양 박물관은 이 거푸집을 한동안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으나, 2009년 박물관을 새로 개관하면서 처음 전시했다. 이 유물은 현재 우리나라의 보물급에 해당하는 중국 1급 국가문물로 지정돼 있다.

거푸집이 제작된 기원전 5, 6세기경 고조선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요하(遼河) 동쪽 지역의 중심지였던 랴오양은 이 시기 고조선 강역에 포함돼 있었다. 당시 청동기 주조 기술은 지배층이 독점하고 있었다. 조진선 전남대 교수는 “중원과 달리 한민족 문화권에서는 무기용 거푸집을 활석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었다”며 “거푸집에 묘사된 인물은 청동 장인 혹은 이들이 섬긴 고조선 지배층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조선 거푸집의 인물 모습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부여 금동 가면과 여러 점에서 비슷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강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 ‘고고자료로 본 고조선-부여의 인물상과 함의’에서 “고조선 거푸집 인물상에서 발견되는 상투와 강조된 광대뼈, 낮고 넓은 코, 간략하게 마무리된 입술 등의 특징은 부여 금동 가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민족 얼굴의 원형이 고조선에서 부여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강 교수는 “인물상에는 옛 사람들의 정체성이 함축적으로 표현돼 있다”며 “고조선에서 부여로 이어지는 한민족의 문화적 유사성이 인물상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랴오양=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