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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립미술관 기획전에 걸린 ‘리퍼트 美대사 테러’ 옹호 그림

입력 | 2015-09-08 03:00:00

남서울관 아트페어 전시 파문




홍성담 작가의 아크릴화 ‘김기종의 칼질’.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미국에 전시작전권을 바치고 서울 한복판에 외국 군대의 병영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일제강점기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김기종)는 칼질로써 자신의 절망감을 표현했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이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공격했던 김기종 씨를 옹호하는 투의 글과 함께 당시 상황을 묘사한 그림을 전시작품으로 걸었다.

서울 관악구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관 1층 전시실에 걸린 아크릴화 ‘김기종의 칼질’. 조찬행사에서 칼을 들고 달려든 김 씨와 넥타이를 붙들린 채 넘어진 리퍼트 대사의 모습을 그렸다. 작가 홍성담 씨(60)는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붉은 닭으로 묘사한 그림 ‘세월 오월’로 논란을 일으켜 대표이사 사임 등 파장을 불렀던 인물이다.

캔버스 중앙의 테이블 위에는 이 사건에 대한 홍 씨의 생각을 빽빽하게 글로 썼다. “리퍼트는 붉은 피를 질질 흘리며 병원으로 실려 가고 김기종은 ‘한미연합 전쟁훈련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경찰서로 끌려갔다”고 시작한 글은 “우리 민족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의 본질적 원인은 태평양전쟁 승자인 미국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대강 덮어 놓은 것”이라며 “이 절망감에 대해 나는 입을 다물었고 김기종은 칼로써 표현했다”고 이어진다.

김 씨의 행동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의거에 빗댄 듯한 문장도 있다. “…조선 침략 괴수인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쏴 죽인 안중근 의사는 우리 민족에 대한 절망감을 표현했다”며 “당시 우리 민족 대부분은 (안중근을) 형님 나라인 일본의 훌륭한 정치인을 죽인 깡패 도적쯤으로 폄하했을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창고 깊숙이 숨겨 놓은 여러 종류의 칼 여덟 자루를 꺼내 날을 쓸어보고, 매그넘357 모의권총을 찾아 누군가를 가늠쇠 위에 올려본다. 이걸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을까? 내가 겁쟁이라서 그렇지 않을까?”라고 맺었다.

이에 대해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특권으로 착각한 작가의 무책임함이 안타깝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예술작품을 정치발언 도구로 삼는 건 동료 예술가의 표현 자유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행위”라고 했다.

‘김기종의 칼질’은 서울시립미술관이 ‘공허한 제국’이라는 주제로 13일까지 여는 예술가길드 아트페어 참가작이다. 김홍희 관장은 “이번 아트페어는 예술가 지원 방안을 모색하라는 박원순 시장의 지시에 따라 도전적 창작 활동, 작가들의 직거래 판로 개척을 돕고자 마련한 행사다. 홍 씨 그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홍경한 전시감독의 작가 선정 권한을 침해할 수 없어 냉가슴만 앓았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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